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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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小雪) - 정양(1942-)현대시/한국시 2024. 12. 5. 20:17
아래의 시는 지난 11월 22일 금요일 KBS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이날이 마침 소설이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소설(小雪) - 정양(1942-) 햇살이 비쳐도 하늘에더 이상 무지개는 뜨지 않는다찬바람이 하얀 눈 장만하느라천둥도 번개도 무지개도 다 걷어 먹었기 때문이다그렇게 빚은 하얀 꿈들이 얼마나 강물에 빠져 죽어야하늘에 다시 무지개가 뜨는 건지산마루에 산기슭에 희끗거리며바람은 자꾸 강물 쪽으로만 눈보라를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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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닥 - 문태준현대시/한국시 2024. 11. 20. 22:25
아래의 시는 오늘 KBS 라디오 Classic FM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소개되었다. 저녁 먹고 산보를 하면서 들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바닥 -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떨어지는 가랑잎이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그대가 나에게몸이 몸을 만질 때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가랑잎이 지는데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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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이 있는 풍경 - 윤수천현대시/한국시 2024. 11. 20. 11:38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93.1 MHz KBS FM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산이 있는 풍경 - 윤수천 산을 내려갈 때에는언제나 허리를 낮추어야 한다뻣뻣하게 세우고 내려갈 수는 없다고개도 숙여야 한다고개를 세운 채 내려갈 수는 없다 허리를 낮추고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고 위를 쳐다보면아, 하늘은 높고 푸르구나 이것이다산이 보여주려는 것하늘은 무척 높다는 것푸르다는 것 사람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것을 보여주려고산은 날마다 손을 내밀어오라 오라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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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물을 마시며 - 오순택현대시/한국시 2024. 11. 17. 22:00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라디오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물을 마시며 - 오순택 오늘 아침 내가 마신 물은강원도 산골에서 왔는지머루 냄새가 난다. 졸졸졸 계곡을 따라오며돌멩이를 만지고 놀다가해가 지면 댐에 갇혀별바라기 하고 강둑에서 잎싹 뜯어 먹는아기 염소와 눈맞춤도 하고 심심하면 폭포처럼 뛰어내려하얀 이 드러내고깔깔대기도 했었지. 오늘 아침 내가 마신 물은강원도 산골에서 왔는지풀꽃 향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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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미술 시간 – 김종상(1935-)현대시/한국시 2024. 11. 15. 12:04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라디오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오늘 라디오에서 처음으로 김종상 시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김종삼 시인이 아닌가 하고 순간적으로 착각했는데, 인터넷을 찾아 보니, 아니었다. 미술 시간 – 김종상(1935-) 그림 붓이 스쳐간 자리마다숲이 일어서고 새들이 날고곡식이 자라는 들판이 되고내 손에 그려지는그림의 세계.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그렇게 그려서 만든 것이 아닐까?색종이를 오려서 붙여가면집이 세워지고 새 길이 나고젖소들이 풀을 뜯는 풀밭도 되고색종이로 꾸며 세운조그만 세계.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그렇게 만들어서 세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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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별의 노래 – 박목월(1916-1978)현대시/한국시 2024. 11. 12. 13:25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라디오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가곡으로 널리 알려진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이별의 노래 – 박목월(1916-1978) 작시 김성태 작곡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바람은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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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년 - 윤동주(1919-1945)현대시/한국시 2024. 11. 12. 13:22
아래의 시는 어제 아침 KBS 라디오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소년 - 윤동주(1919 -1945)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少年)은 황홀이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