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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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보 이력서 – 임보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8. 30. 11:49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바보 이력서 – 임보 시인 친구들은 며예와 돈을 미리 내다보고법과대학에 들어가려 혈안일 때에나는 영원과 아름다움을 꿈꾸며어리석게 문과 대학을 지원했다. 남들은 명문세가를 좇아배우자를 물색하고 있을 때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어렵게 자란현모양처를 구했다. 이웃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강을 넘어남으로 갔을 때나는 산을 떨치지 못해 추운 북녘에서반평생을 보냈다. 사람들은 땅을 사서 값진 과목들을 심을 때나는 책을 사서 몇 줄의 시를 썼다. 세상을 보는 낸 눈은 항상 더디고사물을 향한 내 예감은 늘 빗나갔다. 그래서 햔평생 내가 누린 건 무명과 빈곤이지만그래서 또한 내가 얻은 건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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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벼 - 이성부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8. 26. 10:33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라디오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애롸 같다. 벼 - 이성부 시인 벼는 서로 어우러져기대고 산다.햇살 따가워질수록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바람 한 점에도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이 넓디넓은 사랑,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이 피 묻은 그리움,이 넉넉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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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 최승자 시인(1952-)현대시/한국시 2024. 8. 24. 21:28
아래의 시는 8월 22일 목요일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 최승자 시인(1952-)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그러면 내 심장 속 새 집의 열쇠를 빌려드릴게요. 내 몸을 맑은 시냇물 줄기로 휘감아 주시겠어요?그러면 난 당신 몸속을 작은 조약돌로 굴러다닐게요. 내 텃밭에 심을 푸른 씨앗이 되어 주시겠어요?그러면 난 당신 창가로 기어올라 빨간 깨꽃으로까꿍! 피어날게요. 엄하지만 다정한 내 아빠가 되어 주시겠어요?그러면 난 너그럽고 순한 당신의 엄마가 돼드릴게요. 오늘밤 내게 단 한 번의 깊은 입맞춤을 주시겠어요?그러면 내일 아침에 예쁜 아이를 낳아 드릴게요. 그리고 어느 저녁 늦은 햇빛에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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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의자 – 조병화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8. 19. 22:02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 KBS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의자 – 조병화 시인 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내게 물려주듯이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오는 어린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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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시인(1964-2015)현대시/한국시 2024. 8. 18. 20:01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FM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시인(1964-2015) 목숨을 붇고 싶은 사람이 있었네오월 윤기나는 동백 이파리 같은 여자,지상 처음 듣는 목소리로 나를 당신이라 불러준,칠흑 같은 번뇌로 내 생 반짝이게 하던,그 여자에게 내 파릇한 생 묻고 싶은 적 있었네내게 보약이자 독이었던 여자, 첫눈에 반한 사랑 많았지만운명처럼 목숨 묻고 싶은 여자 하나뿐이었네사내라는 허울 버리고그 가슴에 생때같은 내 목숨 묻고 싶었네생의 전부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던,지금도 생각하면 기쁘고 서러운 여자,나를 처름 당신이라 불러주고내 흙가슴에 제 목숨 묻은 여자,언젠가 그 여자에게 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