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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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자두 – 이상국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7. 15. 22:10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자두 – 이상국 시인 나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대학 보내 달라고 데모했다먹을 줄 모르는 술에 취해땅강아지처럼 진창에 나뒹굴기도 하고사날씩 집에 안 들어오기도 했는데아무도 아는 척을 안 해서 밥을 굶기로 했다방문을 걸어 잠그고우물물만 퍼 마시며 이삼일이 지났는데도아버지는 여전히 논으로 가고어머니는 밭 매러 가고형들도 모르는 척해가 지면 저희끼리 밥 먹고 불 끄고 자기만 했다며칠이 지나고 이러다간 죽겠다 싶어밤 되면 식구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몰래 울밖 자두나무에 올라가 자두를 따 먹었다동네가 다 나서도 서울 가긴 틀렸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그렇게 낮엔 굶고 밤으로는 자두로 배를 채웠다내 딴엔 세상에 나와 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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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집에 대한 예의 / 이길원 시인(1945-)현대시/한국시 2024. 7. 15. 22:08
아래의 시는 7월 14일 일요일 오전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집에 대한 예의 / 이길원 시인(1945-) 사랑하라긴 여행길에 오른 당신의 삶을 비바람 태풍에 끄떡없는 집을 짓는 까치도제 몸보다 수백 배 큰 집을 짓는 개미도기도하듯 만든 집에서새끼 낳고 키우며 사랑 하나로 버티거늘우리 삶에 사랑이 없다면 궁궐 인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사막을 걷는 낙타의 오아시스 같은 집일을 마치고 해거름 돌아와하루를 감사해 하며내일이면 다시 못할 것처럼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고철없는 아이처럼 뛰며살아 있음을 마음껏 즐거워하라이는 집에 대한 당신의 예의 여행이 끝나는 날 마지막 휴식처가장 편안한 무덤의 문을 열 때까지.* 이길원 : 1945년 충북 청원 출생, 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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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공휴일 / 김사인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7. 15. 22:04
아래의 시는 7월 13일 토요일 오전에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된 시이다. 공휴일 / 김사인 시인 중랑교 난간에 비슬막히 식구들 세워놓고사내 하나 사진을 찍는다햇볕에 절어 얼굴 검고히쭉비쭉 신바람 나 가족사진 찍는데아이 들쳐업은 촌스러운 여편네는생전 처음 일이 쑥스럽고 좋아서발그란 얼굴을 어쩔 줄 모르는데큰애는 엄마 곁에 붙어서학교에서 배운 대로 차렷을 하고눈만 때굴때굴 숨죽이고 섰는데그 곁 난간 틈으로는웬 코스모스도 하나 고개 뽑고 내다보는데짐을 맡아들고 장모인지 시어미인지오가는 사람들 저리 좀 비키라고부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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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좋은 언어 – 신동엽 시인(1930-1969)현대시/한국시 2024. 7. 15. 22:02
아래의 시는 지난 7월 10일 수요일 오전에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던 시이다. 좋은 언어 – 신동엽 시인(1930-1969)외치지 마세요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버려요.조용히될수록 당신의 자리를아래로 낮추세요.그리구 기다려보세요.모여들 와도하거든 바닥에서부터가슴으로 머리로속속들이 굽어돌아 적셔보세요.하잘것없는 일로 지난날언어들을 고되게부려만 먹었군요.때는 와요.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이야기할 때허지만그때까진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채워야 해요.사상계> 197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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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연 – 이길원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7. 10. 08:17
아래의 시는 어제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아래의 시는 노래로도 만들어져 불리고 있다. 인연 – 이길원 시인 바람은 어느 길목에서 갈라지는지라일락 향기 어디쯤에서 흩어지는지그대 노래 어느산골에서 메아리 치는지임은 어찌하여 그길로 내려와 꽃잎에 스치는지구름은 왜 또 지는 꽃잎을 맴돌아야 하는지소슬바람이 든 우리의 인연을 스쳐보내고아 아 빈마음으로 바라보던 하늘은왜 저리 푸르다고만 하는지구름은 왜 또 지는 꽃잎을 맴돌아야 하는지소슬바람이 든 우리의 인연을 스쳐보내고아 아 빈마음으로 바라보던 하늘은왜 저리 푸르다고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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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자문 – 김형영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7. 2. 11:53
아래의 시는 며칠 쉬고 다시 장맛비가 내리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자문 – 김형영 시인 여보게자네도 이젠 나잇살이나 자셨으니좀 점잖아지게나머리칼은 희어지고엉덩이도 처졌구만그래 이 땅에 살면서억울한 사람 어디 자네뿐이던가쥐꼬리만한 일에도시도 때도 없이목에 핏대 올리는 일일랑이제 구만두세 그려하늘을 보게나하늘이 언제목에 핏대 올리며 불평하던가 나뭇가지 흔들며 지나가는바람처럼은 못 살아도바람이 흔드는 나뭇가지처럼가지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처럼그렇게그렇게 살아가는나이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