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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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푸른 숲에서 / 박두진현대시/한국시 2023. 6. 14. 22:10
푸른 숲에서 / 박두진 찬란한 아침 이슬을 차며 나는 풀숲 길을 간다. 영롱한 이슬들이 내 가벼운 발치에 부서지고, 불어오는 아침 바람 -산뜻한 풀 냄새에 가슴이 트인다. 들장미 해당꽃 시새워 피고, 꾀꼬리랑 모두 호사스런 산새들이 자꾸 나를 따라오며 울어준다 머언 산엔 아물아물 뻐꾹새가 울고-, - 금으로 만든 날갯죽지...... 나는 이런 풀숲에 떨어졌을 금 날갯죽지를 생각하며, 옛날 어릴적 동화가 그립다 쫓겨난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 - 떨기 고운 들장미를 꺾어 나는 훈장처럼 가슴에 달아본다. 흐르는 물소리와 산드러운 바람결 가도 가도 싫지 않은 푸른 숲속 길. 아무도 나를 알아 찾아주지 않아도 내사 이제 새삼 외로울 리 없어... 오월의 하늘은 가을보다도 맑고, 보이는 곳은 다아 나의 청산 보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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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그 유월의 함성, 그 유월의 어깨동무로 – 신경림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6. 10. 10:39
그 유월의 함성, 그 유월의 어깨동무로 – 신경림 시인 그 함성이 짓누르던 어둠을 몰아냈다 그 어깨동무가 번쩍이던 총칼을 물리쳤다 그 노래가, 그 부르짖음이 눈부신 하늘을 펼쳐주고 화안한 새벽을 불러왔다 죽음을 몰아내고 울음을 쫓아내면서 그리하여 우리는 비로소 알았으니 이 땅의 햇빛이 이렇게 밝다는 것을 바람에서도 아름다운 종소리가 난다는 것을 나무도 풀도 덩실덩실 춤을 춘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으니 우리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우리의 슬기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이 땅이 아름다운 꽃으로 덮이리라 누가 믿었던가 이 땅이 희망의 노래로 가득하리라 누가 믿었던가 자유와 민주의 꽃으로 덮이리라 아무도 믿지 못하던 그 어둠 속에서 평화와 풍요의 노래로 가득하리라 아무도 믿지 못하던 그 두려움 속에서 그 유월의 함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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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6월 – 황금찬 시인(1918-2017)현대시/한국시 2023. 6. 9. 11:41
6월 – 황금찬 시인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청이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 있다. 지금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한 폭의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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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시인(1913-1975)현대시/한국시 2023. 6. 7. 21:40
문학세계사에서 나온 이운룡 편저의 을 읽다가 예전에 학창 시절에 교과서에 본 듯한 아래의 시를 만나 다시 본 블로그에 업로드한다. 김현승 시인의 시는 좀 관념적이라 그런지 솔직히 내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래의 시는 만인이 좋아하는 시인듯 하다. 위 책을 읽으며, 김현승 시인도 중년기 때 신앙적으로 방황을 하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리고 그 방황으로 인해 신앙적으로 당연시했던 점들을 부정하는 쪽으로 나아가게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는 이 점이 좋았다. 마음에 들었다. 방황으로 인해 김현승 시인이 성숙한 한 인간이 될 수 있었고, 시적으로도 성숙해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상 끝.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시인(1913-1975)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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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성불과 왕생_한용운 시인(1879-1944)현대시/한국시 2023. 5. 28. 21:54
어제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내가 이 시를 내 블로그에 2009년 업로드 했음에도 검색이 안 되어 다시 올린다.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부처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용운 스님의 시 이란 시를 2009년도에 본 블로그에 올렸는데 검색이 안 돼 다시 포스팅한다. 좀 radical한 느낌의 이 시는 지금 읽어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대체 이 시를 쓸 당시면 지금으로부터 한창 먼 시기인데, 시인은 어떤(?) 경지에 도달하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링크: https://livemocha.tistory.com/304 성불과 왕생(成佛과 往生) / 한용운(韓龍雲) (1879-1944) 成佛과 往生 / 韓龍雲 (1879-1944) 부처님 되랴거든 衆生을 여의지 마라 極樂을 가려거든 地獄을 避치 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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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발열 - 정지용(1902-1950)현대시/한국시 2023. 5. 10. 21:32
發熱(발열) – 정지용(1902-1950)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葡萄(포도)순이 기여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믈음 땅에 시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어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 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多神敎徒(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朝鮮紙之光(조선지광) 1927. 7. ▶기여 : 기어. ▶따러 : 따라. ▶가믈음 : 가물음. ▶시며든 : 스며든. ▶달어 오르노나 : 달아오르노나. ▶드내 쉬노니 : 들이 쉬고 내쉬노니. ▶박나비 : 박나방. 불나비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