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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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나태주 시집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현대시/한국시 2023. 8. 5. 23:31
나태주 시집 를 읽고 좋은 문장 138-139쪽: 제목: 축혼시 하늘의 별 바닷가 모래 그같이 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한 사람의 남자와 여자이니 이것은 기적입니다 험한 세상 부질없는 인생 오롯이 등불 밝혀 이마 마주 댈 둥지가 생겼으니 더없는 축복입니다 부디 잊지 마시구려 오늘의 설레는 마음 오늘 다짐했던 빛나는 말씀들 이날로서 그대들 부부입니다 남자가 지아비 되고 여자가 지어미 된다는 것 그리 쉽지 않은 일이지요 서로가 서로의 어버이 된다는 말이랍니다 무엇보다도 깊이 사랑하십시오 뜨겁게 말고 은근하게 오래오래 살다 보면 사랑보다 믿음과 열정이 더욱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모습 이대로 중년에 이르고 노년에도 이르러 스스로 보기에 그럴듯하고 신에게 더욱 보기 좋은 모습 이루십시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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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연가(戀歌) -이근배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7. 22. 23:47
연가(戀歌) -이근배 시인 바다를 아는 이에게 바다를 주고 산을 아는 이에게 산을 모두 주는 사랑의 끝 끝에 서서 나를 마저 주고 싶다. 나무면 나무 돌이면 돌 풀이면 풀 내 마음 가 닿으면 괜한 슬픔이 일어 어느새 나를 비우고 그것들과 살고 있다. -시집 중에서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연가를 쓸 수 있는 이 시인은 행복하리라. 그러나 따지고 보면, 대상에 대한 애정어린 눈길 없이 써진 시는 얼마나 삭막하고 차고 매울까. 사랑은 주는 것. 바다를 주고 산을 주고 끝내는 나를 준다. 나무와 풀과 돌에 마음이 닿으면 슬퍼진다. 그 이유없는 연민의 따뜻함이 결국 나를 그와 함께 살게 한다. - 마종기(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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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동그라미 – 이대흠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7. 9. 18:51
동그라미 – 이대흠 시인 어머니는 말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나무의 잎도 그저 푸른 것만은 아니어서 밤낭구 잎은 푸르딩딩해지고 밭에서 일 하는 사람을 보면 일항가 댕가 하기에 장가 가는가라는 말은 장가 강가가 되고 애기 낳는가라는 말은 아 낭가가 된다 강강 낭가 당가 랑가 망가가 수시로 사용되는 어머니의 말에는 한사코 o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남한테 해꼬지 한 번 안 하고 살았다는 어머니 일생을 흙 속에서 산, 무장 허리가 굽어져 한쪽만 뚫린 동그라미 꼴이 된 몸으로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이 가진 것을 퍼 주신다 머리가 발에 닿아 둥글어질 때까지 C자의 열린 구멍에서는 살리는 것들이 쏟아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