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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총 55字 긴 제목의 詩: 이천오년 오월 삼십일, 제주의 봄바다는 햇빛이 반, 물고기 비늘 같은 바람은 소금기를 힘차게 내 몸에 끼얹으며, 이제부터 네 삶은 덤이라고현대시/한국시 2023. 12. 17. 22:27
이하는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詩가운데 가장 긴 제목의 詩(총 55字)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이게 과연 詩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詩의 제목이 詩의 내용보다 훨씬 긴 詩, 제목은 엄청 긴데 비해, 내용은 엄청 짧은 기형적인(?) 詩로, 나는 이 詩의 저자 한강이 뭘 말하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詩이다. 제목: 이천오년 오월 삼십일, 제주의 봄바다는 햇빛이 반, 물고기 비늘 같은 바람은 소금기를 힘차게 내 몸에 끼얹으며, 이제부터 네 삶은 덤이라고 (이하는 詩의 내용임) 어린 새가 날아가는 걸 보았다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 문학과지성사에서 2013년 발간한 한강의 시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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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빨래 - 임영조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13. 12:24
아래의 詩는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빨래 - 임영조 시인 옥상에 널린 빨래가 다냥한 햇볕 받아 눈이 부시다 오랜만에 사람을 벗어 버리고 찌든 때를 씻어 내고 냄새도 털고 날아갈 듯 가볍게 펄럭거린다 이제는 각자 옷 그만두고 새나 되어 훨훨 날아가겠다는 듯 온 하루 빨랫줄을 잡고 흔든다 바람이 부추기면 신바람이 나는지 쩔쩔매는 바지랑대 혼자 바쁘다 주인의 흉허물을 싸고돌던 한통속 백주에 속속들이 드러나면 저렇게 서로 다른 색깔로 아우성칠까 자중지란 난파된 갑판에 서서 수기를 흔드는 보트 피플들 같다 다시 보면 운동회 날 하늘에 나부끼던 만국기 같은 저 옥상에 넌 빨래를 보면 아직 덜 마른 내 마음이 무겁다 사람도 때를 씻고 무게를 덜면 저렇듯 깨끗하고 가벼울 수 있다면 제멋대로 부시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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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시인(1946-2001)현대시/한국시 2023. 12. 11. 16:23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시인(1946-2001)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샘터사에서 2022년 펴낸 정채봉 시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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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아기가 되고 싶어요 - 정채봉 시인(1946-2001)현대시/한국시 2023. 12. 11. 16:17
아래의 동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詩이다. 아기가 되고 싶어요 - 정채봉 시인(1946-2001) 날이면 날마다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마구마구 울어서 엄마하고만 있겠습니다 할머니가 어르면 그 어름보다도 더 많이 까르르까르르 웃겠습니다 도리도리 짝짜꿍 진진진을 신나엑 하겠습니다 자장자장 자장가를 불러주면 다디달게 콧물을 쬐금 내놓은 채로 잠을 자겠습니다 아기 꿈나라에 오는 천사들을 꼭 기억해 놓겠습니다 - 2022년 샘터사에서 발행한 정채봉 시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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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 양애경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11. 16:06
아래는 라디오 어느 프로그램의 막간에 소개된 시이다.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 양애경 시인 날마다 한치씩 가라앉을 때 주변의 모두가 의자째 나를 타고 앉으려고 한다고 나 외의 모든 사람에겐 웃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될 때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 눈길 스치는 곳곳에서 없는 무서운 알굴들이 얼핏얼핏 보일 때 발바닥 우묵한 곳의 신경이 하루종일 하이힐 굽에 버티느라 늘어나고 가방 속의 책이 점점 늘어나 소용없는 내 잡식성의 지식의 무게로 등을 굽게 할 때 나는 내 방에 돌아와 바닥에 몸을 던지네 모든 짐을 풀고 모든 옷의 단추와 걸쇠들을 끄르고 한쪽 볼부터 발끝까지 캄캄한 속에서 천천히 바닥에 들러붙네 몸의 둥근 선이 허락하는 한도까지 온몸을 서서 나는 바닥을 잡네 바닥에 매달리네 땅이 나를 받아주네 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