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절벽 위 나무 십자가 / 김성춘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4. 3. 10:45

절벽 위 나무 십자가 / 김성춘

 

성당 첨탑 위

흰 구름 어슬렁어슬렁 가고 있다

성당 오르는 오솔길

눈부신 들국화 한 송이 얼굴 내밀고

저녁놀이 피어 있다, 폐허처럼,

새들이 노을의 손 잡고 오솔길로 오고 있다.

 

바람이 분다

낡은 나무 십자가 하나

묵상에 잠겨 있다

가을 하늘 속에 깊이 잠겨 있다.

 

바람이 분다 흐린 오늘.

아직 내 삶은 쓸만 한가?

낡은 나무 십자가 하나

나를 가만히 내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