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십자가 회상 / 이인평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4. 6. 11:18

십자가 회상 / 이인평


내 어린 시절

아버지는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하셨다

곡식을 심기 위해

보습이 닳도록 밭을 갈고 논을 갈고


어떤 날은

쟁기를 지게에 진 아버지의 등 뒤로

노을이 밀려왔다

아버지는 십자가를 지고 있었다

고삐에 이끌려 고개를 오르며

아버지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아버지의 땀을 닦아드리지도 못했다

나의 어둠에도 지워지지 않는 아버지는

아직도 쟁기를 지고 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