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현대 한국시) 새우잠 / 이가림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16. 9. 5. 10:08


새우잠 / 이가림 시인

 

전세에서 전세로 쫓겨다니는

변두리 내 식구들, 그 무슨 기다림에도 길든

30촉 전등불의 정다움을 찾아

눈 내리는 자갈밭 술 취해서 간다

밤마다 새우처럼 허리 구부리고

나는 어린 딸의 발가락을 만지며 잔다

石花 껍질 같은 지구의 한 모퉁이

살아 있는 몇 마리 새우들

고달픈 어미는 가로로 쓰러지고

새끼들은 세로로 쓰러져서

차디찬 식은땀의 잠꼬대들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싸움이냐

꿈속에서도 깊은 바다 밑을 헤매며

검은 상어에게 쫓겨다니는 길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