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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著, <전태일평전>사람되기/인문학 2021. 5. 20. 08:15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와했던가? 지그 이 시각 완전에 가가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理想)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生)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 때에 한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치오니 하느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전태일의 1970년 8월9일 일기에서-- (17쪽)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그러한 환경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태일의 수기에서--
불우했던 과거를 원망한다면, 그 과거는 너의 영역의 영원한 사생아가 되는 것이 아니냐? --전태일의 1969년 12월31일 일기에서-- (33쪽)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貧)한 자는 부(富)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가장 청순하고 때묻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때묻고 부한 자의 거름이 거름이 되어야 합니까? 이것이 사회의 현실입니까? 빈부(貧富)의 법칙입니까? -전태일의 1970년초 작품초고에서- (89쪽)
노동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어울리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공정하며 상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사회보장 방법으로써 보충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여기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23조 3,4항
모든 사람은 노동시간의 합리적인 제도 및 정기적인 유급휴가를 포함하는 휴식과 여가를 가질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24조 (145쪽)
사회는 이런 인간을 여러 가지 그럴 듯한 표현을 써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미화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간이 돼야 한다"는 설교는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란 물론 사회의 모든 구성우넌들의 참된 인간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헌하고 봉사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회사원의 경우는 사장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곧 그것이다. 노동자의 경우는 기업주가 필요로 하는 일 잘 하고 말 잘 듣고 부지런한 사람이 바로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지배하고 명령하는 강자의 이익에 가장 잘 봉사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강자의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인 것이다. (158쪽)
인간을 비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사회는 스스로의 인간다운 삶을 되찾으려고 일어서는 사람들을 향하여 조소를 던지고 그들을 바로라고 낙인찍는다. (159쪽)
삭막한 겨울 벌판의 나무둥치 속에서 내일 화사하게 피어날 꽃잎을 바라보고 오늘의 꿈이 내일의 현실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고난의 길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현실주의자인 것이다. (160쪽)
"당신....... 남편은 잘못 만났지만 아들 하나는 잘 둔 것 같애. 그놈 하는 일 너무 말리지 마오..." (162쪽)
목숨을 걸지 않는 한 결단은 없다. (232쪽)
목숨을 걸지 않는 '투쟁'은 거짓이다. 그것은 소리치는 양심의 아픔을 일시적으로 달래는 자기 위안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233쪽)
삶의 문제는 결국 죽음의 문제이며, 죽음의 문제는 결국 삶의 문제이다. 비인간의 삶에 미련을 갖는 자는 결코 인간으로서 죽을 수 없고, 따라서 결코 인간으로서 살 수 없다. (233쪽)
전태일은 한마디로 성자로서의 인품과 조건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그는 단순한 투사가 아니다. 본래 단순한 투사가 있을까마는 그의 경우는 투사로만 인식되는 것이 너무나 억울할 정도로 그의 따뜻하고도 고결한 인품이 돋보이는 사람이다. 가히 성자의 인품을 그대로 갖추고 있었다. (294쪽)
**소감**
전태일 열사 얘기는 젊었을 적부터 들어오긴 했으나 이렇게 나이 들어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열평전>을 늦게나마 읽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고 기쁜 일이었다. 발문을 쓴 장기표 선생의 표현처럼 전태일 열사는 성자같다. 내 경우엔, 그가 마치 예수 같았다. 투쟁하는 사람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 고난 받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길 줄 알았고, 불의에 저항할 줄 알았던 사람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성장했더라도, 그는 한국에, 인류에 기여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20세기 한국의 위인, 우리가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사람이 내 옆에 있으면 나 같아도 가까이 하고 싶을 것 같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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