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작문

(수필)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5. 2. 23:00

   요한 세바스챤 바흐의 오르간 연주곡 <토카타와 푸가 D 단조>

 

   당신은 어떤 클래식 음악이 난생처음 감명 깊었는가? 나는 이 질문을 다른 음악으로 바꿔 물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떤 음악(클래식, , 재즈, 영화음악, 뮤지컬, 국악, 퓨전국악, 샹송, 깐쏘네, 트로트 등)이 난생처음 감명 깊었는가?

   지금이 오전인데, 일하다 잠시 커피 한 잔 마시며 윤유선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윤유선의 가정음악>을 듣고 있다. 유선 씨가 처음 클래식 음악을 들었을 적의 감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 나도 생각나는 음악이 있다. 바로 이름하여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협주곡>이다. 그런데 이 음악은 사실 처음 들었던 클래식은 아니고 두번째(?) 들었던 인상 깊은 클래식에 해당될 것이다. 나에게 첫 번째 클래식은 고교 재학시절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들었던 클래식 음악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로바이젠>이다. 고교3년 내내 아침 수업 시작 전 짧은 명상 시간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음악은 자주 들어서 그렇지, 오늘 주제의 음악처럼 임팩트는 약한 편이다.

   때는 1984년 작고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103위 순교복자를 성인품에 올리시기 위해 방한하신 1984년도 5월 어느 날, 교황님을 알현하기 위해서 신학생들은 서울 가톨릭대학교 강당에 모여있었다. 드디어 교황님께서 입장하시는데 난생처음으로 오르간 연주로 들려온 낯선 음악이 바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협주곡이었다.

   나는 그 당시 이 음악의 제목을 몰랐는데 워낙 인상 깊었던 지라, 나중에 알고 나서는, 그 제목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다. 그때의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뭔가가 내 앞에 쿵쾅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이런 느낌은 무려 4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니, 확실히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날 나는 운이 좋게도 지나가시는 교황님의 손을 잡는 영광을 누렸다. 덕분에 며칠 손을 안 씻으려고 했었지만 실패했다.

   딱 한 번 들었는데, 내 가슴에 꽉 박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음악은 딱 한 번 보고 사랑에 빠지는 일만큼이나 찰나에 맛보는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erXG9vnN-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