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설날 아침에 – 김종길 시인(1926-2017)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2. 7. 21:40

아래의 詩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설날 아침에 김종길 시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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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1969년 간행한 시인의 시집 <성탄제>에 실려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