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폭풍 / 정호승 (1950-)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7. 23. 14:30

폭풍 / 정호승 (1950-)

 

<새벽편지>(1987)에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날으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 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얼마 전에 어딘가에서 보았는데 요즘 날씨나 작금의 정국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고 나름 멋진 시라 베껴본다.

혹여 상황이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안 좋아도 삶에 대한 능동적인 자세를 견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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