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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다 / 박의상 나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이른 새벽 꽃밭이었다 물을 한 잔 들고 있었다 꽃 한 포기에 그 물을 주고 있었다 주면서 반짝 웃고 있었다 그리곤 갔다 해가 떴다
끊을 수 없다 / 이생진 (1929-)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성산포에서는 끊어도 이어지는 바다 앞에서 칼을 갈 수 없다
꿈같은 친구 / 유안진(1941-)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
꽃 지는 저녁 / 정호승 (1950-)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꽃에게 / 김동환 (1901-1958) 오랜 열병 끝에 솟아난 그리움의 지문 사랑이여 함부로 지지 말아라.
꽃의 말 / 황금찬 (1918-)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아라 그래야 말도 꽃같이 하리라 사람아 혹 꽃같지 않은 말일랑 가는 목이 메더라도 꿀꺽 삼켜라 줄기로 뿌리로 내려간 슬픔이 썩어 퇴비가 되어 더 고운 꽃을 피우게 하라 사람아
꽃을 보려면 / 정호승 (1950-) 중에서 꽃을 보려면 – 정호승 시인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꽃 / 최규장 생각해 보면 꽃은 아늑한 안개 속에 피는 것이 아니라 감미로운 산들바람 속에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찬 바람 속에 살을 녹이는 땡볕 속에 피어나네. 그렇네. 꽃은 상처 속에 피네. 아픔이 클수록 꽃은 더욱 빛나네. 그래도 사람들은 꽃이 아름답다고 하네. 시도 그러하네 상처 속에서 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