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되기/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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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토지4의 명문장: 악은 악을 기피하는 법이다사람되기/인문학 2024. 10. 4. 22:56
요즘 뉴스에 자꾸 여사라는 분에 관한 얘기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연히 아래의 구절을 읽다가 그 말이 많은 여사라는 분이 떠올랐다. 박경리 선생의 악에 관한 통찰은 너무 예리하고, 정확한 거 같아, 나로선 놀라울 정도다.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혜안이 담겨 있는 명문장이 아닐 수 없다. 토지4(1부 4권) 365쪽제5편16장 악(惡)은 악(惡)을 기피하는 法이다어리석은 삼수. 그가 아무리 악독하다 한들 악의 생리를 몰랐다면 어리석었다 할밖에 없다. 악은 악을 기피하는 법이다. 악의 생리를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남을 해칠 함정을 파놓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궁극에 가서 악은 삼수가 지닌 그와 같은 어리석음을 반드시 지니고 있다. 왜냐, 악이란 정신적 욕망에서든 물질적 욕망에서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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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토지1의 명문장: 한가위사람되기/인문학 2024. 9. 2. 09:57
박경리 선생의 속 팔월 한가위는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27쪽에서 28쪽에 나온다. "팔월 한가위는 투명하고 삽삽한 한산 세모시 같은 비애는 아닐는지. 태곳적부터 이미 죽음의 그림자요, 어둠의 강을 건너는 달에 연유된 축제가 과연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는지. 서늘한 달이 산마루에 걸리면 자잔한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소복 단장한 청상의 과부는 밤길을 홀로 가는데--- 팔월 한가위는 한산 세모시 같은 처량한 삶의 막바지, 체념을 묵시(默示)하는 축제나 아닐는지. 우주 만물 그 중에서도 가난한 영혼들에게는." "가을의 대지에는 열매를 맺어놓고 쓰러진 잔해가 굴러 있다. 여기저기 얼마든지 굴러 있다. 쓸쓸하고 안쓰럽고 엄숙한 잔해 위를 검시(檢屍)하듯 맴돌던 찬 바람은 어느 서슬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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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토지1의 명문장: 여자의 집념은사람되기/인문학 2024. 9. 1. 08:41
"계집의 집념에는 사내가 따를 수 없지요. 욕심도 많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조그만한 욕심, 조그만한 원한, 미움만으로도 살인하는 일이 허다하죠.""그게 무슨 소린가?""최씨 집안의 살림은 여자 집념의 상징 아닙니까?" 위의 대화는 최참판家의 당주(호주) 최치수와 에서 가장 속악한 인물 조준구가 나눈 대화이다. 첫 문장은 최치수가 한 말이다. 위 대화는 의 292쪽에 나온다. 이 문장을 대했을 때 즉시 내 머리 속에 떠오른 여자가 있었으니,,, 누구라고 거명하기는 좀 그렇다. 여자의 집념은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어디 여자만 그런가? 인간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잘못을 덮으려는 집념과 그 잘못을 파헤치려는 집념이 싸우는 세상이다. 사필귀정이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 반대로 흘러간다. 야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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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사람되기/인문학 2024. 7. 13. 11:04
조지 오웰의 는 글쓰기 교실의 선생님이 추천하셔서 읽고 있다. 선생님의 얘기를 듣기 전에는, 나는조지 오웰의 과 만 알고 있었다. 이런 책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러 챕터가 있는 데, 그 중에서 "나는 왜 쓰는가" 라는 챕터에서 필요한 부분만 정리해본다. (274-275쪽)글쓰는 사람이 단어나 문구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들 때 참고할 원칙.(1) 익히 아는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안 쓴다.(3) 빼도 지장 없는 단어는 뺀다.(4) 능동태를 쓸 수 있으면 수동태를 안 쓴다.(5) 외래어, 과학용어, 전문용어는 상응하는 일상어가 있으면 절대 안 쓴다.(6) 너무 황당한 표현 쓰려면 이상 원칙을 깬다. (281쪽)실생활의 모든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