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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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청산 가네 – 김용택 시인(1948-)현대시/한국시 2023. 10. 28. 23:13
나비는 청산 가네 – 김용택 시인(1948-) 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서 나는 섰네 내 맘에 한번 핀 꽃은 생전에 지지 않는 줄을 내 어찌 몰랐을까 우수수수 내 발등에 떨어지는 꽃잎들이 사랑에서 돌아선 내 눈물인 줄만 알았지 그대 눈물인 줄은 내 어찌 몰랐을까 날 저무는 강물에 훨훨 날아드는 것이 꽃잎이 아니라 저 산을 날아가는 나비인 줄을 나는 왜 몰랐을까 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 나는 서 있네 김용택 시집 , 시와시학사, 2004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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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된 시: 저녁에 - 김광섭 시인(1905-1977)현대시/한국시 2023. 10. 28. 23:10
김광섭 시인의 시 는 1980년 유심초가 라는 제목으로 불러서 유명한 노래가 된 시이다. 저녁에 - 김광섭 시인(1905-1977)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집「겨울날」(창작과비평사 1975년) 노래 링크: https://youtu.be/CkG4mnIiL6U?si=Y1zRW2htlxFfjMq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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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첫사랑 – 김용택 시인(1948-)현대시/한국시 2023. 10. 27. 21:46
첫사랑 – 김용택 시인(1948-)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옷도 아, 꿈같던 그때 이 세상 전부 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은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빛에 놀랄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 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리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김용택의 시집 , 문학동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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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0. 16. 10:53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시인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트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도종환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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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 이성선 시인(1941-2001)현대시/한국시 2023. 10. 16. 10:50
아래는 라디오 Happy FM의 中 "느낌 한 스푼"에서 오늘 소개된 詩이다. 언터넷에서 전문을 확인하여 타자해본다. 가을 편지 – 이성선 시인(1941-2001)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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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목 - 복효근 시인(1962-)현대시/한국시 2023. 10. 9. 18:34
탁목 - 복효근 시인(1962-) 죄 많은 짐승이었을 것이다 닥따그르 딱따그르-- 새는 나무에 머리를 짓찧으며 울어야 했을 것이다 벌레나 잡아먹으며 연명해야 하는 생 고달프기도 했겠으나 숲에는 또 그와 같이 구멍 뚫린 나무토막 제 머리를 때리듯 자꾸만 때리며 딱 딱 딱 딱 딱따그르 딱따그르------- 벌레 같은 번뇌를 죽여 삼ㄱ키며 살아가는 생도 있다 깊은 숲에 들지도 못하고 저무는 숲길 언저리에서 딱따그르 딱 딱 딱따그르르---------- 그 소리에나 부딪쳐 가슴에 허공을 내며 이렇게 벌레처럼 아픈 생도 있다 복효근 시집 실천문학사, 2013년, 중에서 탁목: 딱따구릿과에 속한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