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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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연가(戀歌) -이근배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7. 22. 23:47
연가(戀歌) -이근배 시인 바다를 아는 이에게 바다를 주고 산을 아는 이에게 산을 모두 주는 사랑의 끝 끝에 서서 나를 마저 주고 싶다. 나무면 나무 돌이면 돌 풀이면 풀 내 마음 가 닿으면 괜한 슬픔이 일어 어느새 나를 비우고 그것들과 살고 있다. -시집 중에서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연가를 쓸 수 있는 이 시인은 행복하리라. 그러나 따지고 보면, 대상에 대한 애정어린 눈길 없이 써진 시는 얼마나 삭막하고 차고 매울까. 사랑은 주는 것. 바다를 주고 산을 주고 끝내는 나를 준다. 나무와 풀과 돌에 마음이 닿으면 슬퍼진다. 그 이유없는 연민의 따뜻함이 결국 나를 그와 함께 살게 한다. - 마종기(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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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동그라미 – 이대흠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7. 9. 18:51
동그라미 – 이대흠 시인 어머니는 말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나무의 잎도 그저 푸른 것만은 아니어서 밤낭구 잎은 푸르딩딩해지고 밭에서 일 하는 사람을 보면 일항가 댕가 하기에 장가 가는가라는 말은 장가 강가가 되고 애기 낳는가라는 말은 아 낭가가 된다 강강 낭가 당가 랑가 망가가 수시로 사용되는 어머니의 말에는 한사코 o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남한테 해꼬지 한 번 안 하고 살았다는 어머니 일생을 흙 속에서 산, 무장 허리가 굽어져 한쪽만 뚫린 동그라미 꼴이 된 몸으로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이 가진 것을 퍼 주신다 머리가 발에 닿아 둥글어질 때까지 C자의 열린 구멍에서는 살리는 것들이 쏟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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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우리집 뜰 – 천상병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7. 6. 11:16
오늘 아침 주현미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詩다. 우리집 뜰 – 천상병 시인 서울과 의정부가 맞붙은 곳에 자리잡은 이 집은 가난한 집이다 그래도 뜰은 볼 만하다 감나무와 버드나무와 무궁화꽃이 피며 이름도 모를 잡나무가 있다. 장모님과 여고 삼 년인 영진과 마누라 그리고 셋방든 홍씨와 합해서 일곱 명이 살고 있는 이 집은 뜰로서 부끄럽지 않다. 언제나 푸르고 녹색인 뜰 맑고 곱고 아담한 뜰 나는 생각나면 이 뜰에서 쉰다 그 포근함이여 깨끗한 공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