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1043

(시) 세노야 – 고은 시인(1933-)

세노야 라는 시는 가수 양희은이 불러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노래이다. 세노야 라는 말이 일본 어부들이 부르는 노래의 후렴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 시를 쓴 고은은 예전에 몇 년도인가 미투 운동 때 모든 걸 내려놓은 적이 있다. 세노야 – 고은 시인(1933-)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 슬픈 일이면 내가 받네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현대시/한국시 2024.03.11

(시) 바다 수선집 – 강영환 시인(1951-)

아래의 시는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라디오로 들었는데도 이 시는 이미지가 떠오르고 듣는 맛이 좋았는데, 읽어보아도 읽는 맛이 좋다. 이 시는 심지어 유머가 담겨 있고 절로 웃음이 피어오르게 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한 폭의 수채화, 한 편의 단편영화를 글로 옮겨놓은 듯하다. 참 좋은 시다. 바다 수선집 – 강영환 시인(1951-) 자갈치 해안길 집과 집 사이 세를 얻은 틈새에 틀 한 대 갖다 놓고 옷을 수선해 주는 할머니가 있다 옷을 줄이거나 늘이거나 바다로 나서는 수부들 못 고치는 옷이 없다 소문을 듣고 가끔 바다도 수선하러 들른다 급히 오다 넘어져 무릎 찢어진 파도도 들들들들 한두 번 박으면 말끔하다 제멋에 뛰어오르다 갈매기에게 등짝을 물어뜯긴 숭어도 한 박음이면 깜쪽같다 어디 수선..

현대시/한국시 2024.03.11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시인 (1915~2000)

아래의 시는 오늘 에서 불렸던 가곡이다. 본래 서정주 시인의 시에 김주원 님이 곡을 붙여 가곡이 되었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시인 (1915~2000)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현대시/한국시 2024.03.04

(시) 방문객 – 정현종 시인(1939-)

아래의 시(詩)는 2017년 tvN 월화 드라마 에 소개된 시이다. 아래의 시 역시 정현종 시인을 검색하다가 앞의 시 "하늘을 깨물었더니"와 함께 새로 발견한 보석같은 시이다. 본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2016년도에도 이미 소개했던 시이다. 방문객 – 정현종 시인(1939-)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현대시/한국시 2024.03.03

(시) 하늘을 깨물었더니 – 정현종 시인(1939-)

아래의 시는 영화 에 소개되었던 시라고 한다. 나도 이 영화를 봤는데, 이 시가 과연 등장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정현종 시인의 시 "느낌표"를 검색하다가 아래의 시를 발견하였다. 정 시인의 시는 어려운 시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시도 있다는 게 놀랍다. 인터넷이나 시집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시를 발견하면 옛 연인에게서 편지를 받은 것처럼 기쁘기 그지 없다. 하늘을 깨물었더니 – 정현종 시인(1939-) 하늘을 깨물었더니, 비가 내리더라. 비를 깨물었더니, 내가 젖더라.

현대시/한국시 2024.03.03

(시) 느낌표 – 정현종 시인(1939-)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아이디어가 참 신박한 시이다. 고정관념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재미없는가,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고정관념이란 어제 했던 생각이 내일도, 모레도, 1년 후에도 지속되어 굳어진 것이 아닌가? 느낌표 – 정현종 시인(1939-) 나무 옆에다 느낌표 하나 심어 놓고 꽃 옆에다 느낌표 하나 피워 놓고 새소리 갈피에 느낌표 하나 구르게 하고 여자 옆에 느낌표 하나 벗겨 놓고 슬픔 옆에는 느낌표 하나 울려 놓고 기쁨 옆에는 느낌표 하나 웃겨 놓고 나는 거꾸로 된 느낌표 꼴로 휘적휘적 또 걸어가야지

현대시/한국시 2024.03.03

(시) 3월 - 이외수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오늘이 3월의 첫날이니, 참으로 시의적절한 시이다. 이외수 씨는 소설가로 알고 있는데, 이분이 시를 썼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하긴 시인이나 소설가나 다 말을 하는 사람이요, 말을 글자로 표현하는 사람이요, 글자를, 말장난을 잘 치는 사람이니... 3월 – 이외수 밤을 새워 글을 쓰고 있으면 원고지 속으로 진눈깨비가 내립니다 춘천에는 아직도 겨울이 머물러 있습니다 오늘은 꽃이라는 한 음절의 글자만 엽서에 적어 그대 머리맡으로 보냅니다 꽃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신 적이 있나요 한글 중에 제일 꽃을 닮은 글자는 꽃이라는 글자 하나뿐이지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속에 가득 차 있는 햇빛 때문에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현대시/한국시 2024.03.01

(시) 사향(思鄕) – 김상옥 시인(1920-2004)

아래의 시는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사향(思鄕) – 김상옥 시인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노을처럼 산을 들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 시인 소개 1920년 경남 통영 출생. 194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joongang.co.kr/article/407246#home

현대시/한국시 2024.02.29

(시) 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인(1950-)

아래의 시는 워낙 유명한 시이다. 나도 전에 정 시인의 어느 시집에서 이 시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만 시집 이름이 가물가물한데, 혹시 가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에 본 블로그에 이 시를 업로드 한 것 같은데, 검색하면 안 나온다. 그렇다고 900여 편이나 되는 본 블로그의 현대 한국시를 전부 검색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본래 오늘 지인이 카톡을 보냈는 데 그 속에 이 시를 떠올리는 시 한 편이 있었고, 그래서 이 시를 다시 찾아보았던 것이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인(1950-)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

현대시/한국시 202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