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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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벼 - 이성부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8. 26. 10:33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라디오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애롸 같다. 벼 - 이성부 시인 벼는 서로 어우러져기대고 산다.햇살 따가워질수록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바람 한 점에도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이 넓디넓은 사랑,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이 피 묻은 그리움,이 넉넉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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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 최승자 시인(1952-)현대시/한국시 2024. 8. 24. 21:28
아래의 시는 8월 22일 목요일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 최승자 시인(1952-)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그러면 내 심장 속 새 집의 열쇠를 빌려드릴게요. 내 몸을 맑은 시냇물 줄기로 휘감아 주시겠어요?그러면 난 당신 몸속을 작은 조약돌로 굴러다닐게요. 내 텃밭에 심을 푸른 씨앗이 되어 주시겠어요?그러면 난 당신 창가로 기어올라 빨간 깨꽃으로까꿍! 피어날게요. 엄하지만 다정한 내 아빠가 되어 주시겠어요?그러면 난 너그럽고 순한 당신의 엄마가 돼드릴게요. 오늘밤 내게 단 한 번의 깊은 입맞춤을 주시겠어요?그러면 내일 아침에 예쁜 아이를 낳아 드릴게요. 그리고 어느 저녁 늦은 햇빛에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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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의자 – 조병화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8. 19. 22:02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 KBS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의자 – 조병화 시인 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내게 물려주듯이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오는 어린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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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시인(1964-2015)현대시/한국시 2024. 8. 18. 20:01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FM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시인(1964-2015) 목숨을 붇고 싶은 사람이 있었네오월 윤기나는 동백 이파리 같은 여자,지상 처음 듣는 목소리로 나를 당신이라 불러준,칠흑 같은 번뇌로 내 생 반짝이게 하던,그 여자에게 내 파릇한 생 묻고 싶은 적 있었네내게 보약이자 독이었던 여자, 첫눈에 반한 사랑 많았지만운명처럼 목숨 묻고 싶은 여자 하나뿐이었네사내라는 허울 버리고그 가슴에 생때같은 내 목숨 묻고 싶었네생의 전부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던,지금도 생각하면 기쁘고 서러운 여자,나를 처름 당신이라 불러주고내 흙가슴에 제 목숨 묻은 여자,언젠가 그 여자에게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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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머위 – 문인수 시인(1945-2021)현대시/한국시 2024. 8. 18. 19:50
아래의 시는 지난 8월 16일 KBS FM 오전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머위 – 문인수 시인(1945-2021) 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오래전에 망한, 지금은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소태 같은 날들을 홀로 사신다.고향집 뒤꼍엔 머위가 많다. 머위 잎에 쌓이는 빗소리도 열두 권책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많다.그걸 쪄 쌈 싸먹으면 쓰디쓴 맛이다. 아 낳아 기른 죄,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