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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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저무는 바다 – 서인숙 시인(1931-2016)현대시/한국시 2024. 11. 3. 21:41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라디오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저무는 바다 – 서인숙 시인(1931-2016) 빈 마음으로더욱 비어있는 바다를 바라보면이렇게 저물고 있는인생을 알게 된다. 노을 번진 해면느닷없이 소리치는 파도채울 수 없는가슴과 함께 출렁인다. 가난과 부귀도욕망과 싸우는 하나의 파도겸허히 돌아서면이토록 편안한 마음을 불빛 하나 바다에 던져지면물의 생명이 파도를 보내고고요한 적막에 자리하는 안도 빈 마음으로더욱 비어있는 바다를 바라보면이렇게 저물고 있는인생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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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의 편지 – 황동규현대시/한국시 2024. 10. 29. 12:36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라디오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가을의 편지 – 황동규 우리는 정신없이 이어 살았다생활의 등과 가슴을 수돗물에 풀고버스에 기어오르고, 종점에 가면어느덧 열매 거둔 과목의 폭이 지워지고미물들의 울음소리 들린다 잎 지는 나무의 품에 다가가서손을 들어 없는 잎을 어루만진다갈 것은 가는구나가만히 있는 것도 가는구나마음의 앙금도 가는구나 면도를 하고 약속 시간에 대고막차를 타고 밤늦게 돌아온다밤 세수를 하고 거울 속에서부서진 얼굴을 만지다 웃는다한번은 문빗장을 열어놓고 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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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 산새 - 김종해현대시/한국시 2024. 10. 27. 09:25
아래의 시는 지난 10월 25일 금요일 아침 KBS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가을 산새 - 김종해 새끼 네 마리 데리고산에서 마을로 내려온 가을 산새가을이 되니까저녁 햇살이 밥으로 보이니까우리 집 찔레나무 덤불 속에서뭐라고 소리치고 있다서오릉 길 너머봉산에서 내려온 가을 산새가뭐라고 다급하게 소리치고 있다어린 날 귓속에 쟁쟁 울리는엄마새 소리종해야, 죽 먹고 자!죽 먹고 자!굶고 자는 아기새 위로엄마새가 맨 앞에서 날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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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름다운 아내 - 윤수천현대시/한국시 2024. 10. 27. 09:21
아래의 시는 지난 10월 23일 수요일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아름다운 아내 - 윤수천 아내여, 아름다운 아내여.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해주지 않았어도 변치 않고 살아주는 아름다운 아내여.세상의 파도가 높을지라도 좀처럼 절망하지 않는 나의 아름다운 아내여. 방파제여. 당신은 한 그루 나무다. 희망이라는 낱말을 지닌 참을성 많은 나무다. 땅만 있으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꽃을 피우는 억척스런 나무다. 아내여, 억척스런 나무여. 하늘이 푸르다는 것을 언제고 믿는 아름다운 나무여. 나의 등이 되어주는 고마운 나무여. 아내는 방파제다.세월 속의 듬직한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