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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의 마음 / 나희덕 (1966-)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보다 씨앗 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둑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아. - 잘 자라 기쁠 것 같아. 늦가을 배추포기 묶어 주며 보니 그래도 튼실하게 자라 속이 ..
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묵상 / 장영수 http://www.paoin.com/paoweb/handler/linkarticle.aspx?CNo=68135421&SCT=AA010
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 / 도종환 (1954-) <접시꽃당신> 중에서 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 우리는 오랜 날 당신을 기다립니다 빗줄기가 우리의 온몸을 흔드는 밤이면 우리는 그 빗발이 다할 때까지 당신을 생각하며 비를 맞습니다 소소리바람이 몇 달을 두고 우리의 가지를 꺾으려 할 때 우리는 ..
같은 길 / 권달웅 (1944-) <초록세상>에서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걷는다. 포장된 길을 걸어나아가 초침처럼 정확한 출근을 하여 같은 일을 한다. 내 집은 너무 잘 정돈된 집이라서 청소가 필요없다. 오늘은 어제와 같이 네모 반듯하고 내일은 오늘과 같이 네모 반듯할 것이니 미래는 또 얼..
울음이 타는 가을江 / 박재삼 (1933-1997) <시가 내게로 왔다>에서 마음도 한자리에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江을 보것네. 저..
어떤 기도 / 김규동 (1925-) <하나의 세상>에서 영세를 받고나서 기도를 드리는데 아내는 이런저런 기도를 드려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예수님이 과연 지금 어디 계실까 이런 궁리만 하다보니 기도시간이 다 지나가고 말았다.
친구야 최호건 내 삶이 무너져도 너를 위해 쓰여지리 나는 빛을 잃어가도 너는 빛을 밝히려니 너 위한 솟치는 분수로 분사하리 둘이 합하여 하나가되고 너는 넓은 세상을 보아라 나는 너의 도움으로 남으리 친구는 이런것 바람소리로 왔다 물결에 쓸려가도 하나의 희생으로 우리는 영원하려니 친구야..
10월의 강 / 김선주 노을이 머무는 10월에는 당신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지 길을 내며 달려가는 강이고 싶습니다. 마음 넓혀서 그림 속의 강처럼 당신이 펴놓으신 하늘을 보며 솜털구름 안고 단아한 산을 품어주는 부드러운 가을 강이고 싶습니다. 당신 앞에 더디 나아가고 자주 좁은 마음이 된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