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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황동규 (1938-)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목금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내 바람..
그 이불을 덮고 / 나희덕 (1966-)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 바람이 불러 모은 마른 영혼들 . 졸참나무잎 서어나무잎 낙엽송잎 당단풍잎 느티나무잎 팽나무잎 산벚나무잎 나도밤나무잎 . 그 이불을 덮고 한겨울 어린 풀들이 한 열흘은 더 살다간다 . 화엄사 뒷산 날개도 다 굳지 않은 날벌레들 벌써 눈 뜨고..
가을의 기도 / 김현승(1913-1975)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가을 애상/김홍성 가을 숲길을 거닐면 아름다움 과 쓸쓸함이 교차한다 기억 저편에 푸르름을안고 거닐던 들녘 머어언 추억들을 매어달고 어제의 뜨겁던 가슴을 더듬거린다 넉넉한 햇살로 채우던 들길에는 산 능선을 오르다 지쳐 짧아진 햇살에 귀에익은 마른 발짜국소리 걸어오면 숨어우는 바람 소..
워낭 / 조영인 호흡을 고르면서 교단에 발 디디면 묵은 때 그대로도 여전히 맑은소리 첫 마음 그 미소 띠며 아이들을 부른다 쪼르르 제자리에 두 눈을 반짝이는 연둣빛 가슴마다 꿈과 사랑 심어주려 티끌도 잠들게 하는 풍경 하나 매단다
지상의 한사람 / 권달웅 (1944-) <초록세상>에서 지상의 한사람인 그대 생각하면 저 아득한 하늘 끝에서 무수한 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고 지상의 한사람인 그대 생각하면 저 먼 수평선 너머에서 외로운 섬과 섬이 서로 이어지는 길이 보인다. 멀수록 더 가까이서 출렁이는 사랑이여, 바다를 건너..
돌 / 권달웅 (1944-) <초록세상>에서 살기가 어려울 때면 사람아, 옛 모습 그대로 모지라진 돌을 들여다보라. 누구나 모질게 사는 사람은 돌에 비유하지만 모진 돌은 모지라질수록 안으로 침묵한다. 모지라져 울퉁불퉁 못난 돌을 들여다보라. 돌에는 강물이 흐르고 돌에는 살아야겠다 살아야겠다는 ..
♡♣ 가을의 기도 / 김남조(1927-) ♣♡ 신이시여 얼굴을 이리 돌리옵소서 못내 당신 앞에 벌받던 여름은 가고 기도와 염원으로 내마음 농익는 지금은 가을 노을에 젖어 고개 수그리고 긴 생각에 잠기 옵느니 여기 이토록 아름차게 비워진 나날 가을엔 기도 드러야 하겠습니다 신이시여 가을엔 기도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