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 / 함민복 (1962-) 긍정적인 밥 / 함민복 (1962-)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에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 현대시/한국시 2009.04.25
그 꽃의 기도 / 강은교 (1945-) 그 꽃의 기도 / 강은교 (1945-) 오늘 아침 마악 피어났어요 내가 일어선 땅은 아주 조그만 땅 당신이 버리시고 버리신 땅 나에게 지평선을 주세요 나에게 산들바람을 주세요 나에게 눈 감은 별을 주세요 그믐 속 같은 지평선을 그믐 속 같은 산들바람을 그믐 속 같은 별을 내가 피어 있을 만큼만 내가 일.. 현대시/한국시 2009.04.25
그림자도 반쪽이다 / 유안진 (1941-) 그림자도 반쪽이다 / 유안진 (1941- ) 편두통이 생기더니 한 눈만 쌍꺼풀지고 시력도 달라져 짝눈이 되었다 이명도 가려움도 한 귀에만 생기고 음식도 한쪽 어금니로만 씹어서 입꼬리도 쳐졌다 오른쪽 팔다리가 더 길어서 왼쪽 신이 더 빨리 닳는다 모로 누워야 잠이 잘 오고 그쪽 어께와 팔이 자주 저리.. 현대시/한국시 2009.04.25
그림자 / 정호승 (1950-) 그림자 / 정호승 (1950-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서 어떤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가 한 마리 새의 그림자가 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가 한 그루 나무의 그림자가 될 때가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손의 그림자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 현대시/한국시 2009.04.25
행복한 사람 / 윤재림 행복한 사람 / 윤재림 행복한 사람은 세월과 사이 좋은 사람. 가는 시간은 아쉽게 떠나보내고 오는 시간은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사람. 행복한 사람은 사는 곳과 사이가 좋은 사람. 자신의 고향은 아니지만 아들딸의 고향이란 생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행복한 사람은 사람들과 사이 좋은 사람. .. 현대시/한국시 2009.04.24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1964-)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1964-) <꽃과 함께 식사> 중에서 목숨을 묻고 싶은 사람이 있었네 오월 윤기나는 동백 이파리 같은 여자, 지상 처음 듣는 목소리로 나를 당신이라 불러준, 칠흑 같은 번뇌로 내 생 반짝이게 하던, 그 여자에게 내 파릇한 생 묻고 싶은 적 있었네 내게 보약이자 독이었던 .. 현대시/한국시 2009.04.24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1901-1989)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1901-1989)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 현대시/한국시 2009.04.24
그는 / 정호승 (1950-) 그는 / 정호승 (1950-)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중에서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 현대시/한국시 2009.04.24
귀천 / 천상병 (1930-1993) 귀천 / 천상병 (1930-1993)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현대시/한국시 2009.04.23
귀가 / 도종환 (1954-) 귀가 / 도종환 (1954-)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 현대시/한국시 200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