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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쓰네 / 고정희 (1948-1991)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가슴 속 천봉에 눈..
나란히 함께 간다는 것은 / 안도현 (1961- ) 길은 혼자서 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멀고 험한 길일수록 둘이서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철길은 왜 나란히 가는가? 함께 길을 가게 될 때에는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닥토닥 다투지 말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말고, 높낮..
삼킬 수 없는 것들 / 나희덕 (1966- ) <야생사과> 중에서 내 친구 미선이는 언어치료사다 얼마 전 그녀가 틈틈이 번역한 책을 보내왔다 『삼킴 장애의 치료와 효과』 희덕아. 삼켜야만 하는 것, 삼켜지지 않는 것, 삼킨 후에도 울컥 올라오는 것...... 여러 가지지만 그래도 삼킬 수 있음에 감사하자. 미..
콩자반 / 안도현 (1961-) 콩아 콩아 까만 콩아 내 젓가락 끝에 매달려봐 매달릴 수 있는지 없는지 네 손을 뻗어봐 안 매달리면 내가 냉큼 집어먹지 현대시학, 2009년 5월호 -
국화 옆에서 / 서정주(1915-2000)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나의 마음! 드높은 하늘에는 뭉게구름 한가롭게 노닐고... 난! 그곳에 내 마음이 살포시 내려 놓고 앉아 세상을 내려다 보며 여유로움에 젖습니다. 코스모스는 형형색색에 옷을 입고서 한들한들 이쁘고 아름답게 잘도 춤 춘다 이내 흥겨움 속으로 빠져듭니다. 노란색으로 곱게 꾸민 해바라기는 긴 목 ..
사색의 계절/미산 윤의섭 고난의 낮과 고독의 밤이 물고 물린다 사색의 늪 흙물 속에서 생명의 뿌리를 찾아 헤매고 산더미 같은 종잇장에 박힌 진실의 알맹이를 열독熱讀으로 찾는다 사색의 계절 가을의 상차림이 허섭스레기로 채우는 아쉬움이여! 2009.9.16. 詩作노트 허섭스레기? 좋은 것을 빼고 난 뒤..
푸르른 날 / 서정주 (1915-2000)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하늘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