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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月 최호건 9월이 왔습니다 당신의 계절로 풍성하시길 원합니다 무덥고 힘들어던 햇볕 이었지만 그래도 조화를 이뤄주기에 감사한 것입니다 구월에는 사랑도 바람도 풍성한 수확을 기원합니다 저녁이 가면 아침이 오듯 우리들 인생의 결실도 가득해야 겠지요 이제 각자의 몫을 성취하세요 사랑은 ♡ ..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았던 여름도 꼬리를 접고, 7년을 기다려 얻은 이주일의 삶이 서러워서 매미는 목이 쉰 체로 밤에도 울어댄다. 그리 세월은 가는거야... 흘러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쪼깐 희망 하나로 여름을 보 낸 다. ♪ 남택상 - 'Love Prayer(사랑의 기도)'
뿌리의 노래 / 정대구 (정대구 시인의 열 번째 시집 「뿌리의 노래」의 표제시) 뿌리는 불평하지 않는다. 햇빛 못 보는 뿌리들이 햇빛 보겠다고 햇빛 받는 잎이나 줄기가 되겠다고 불평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줄기나 잎에게 대신 빛을 노래하게 하고 자신이 광을 내면 나무가 죽는 줄 이미 알고 완강..
천상 나는 가을남자 동탄/ 임성택 한땐 더위를 먹고 땡 찜통에 이지러지도록 지쳤지만 탐스러워 해야 할 여름햇살 제멋에 수그러져 아침저녁으론 선선해져 이젠 제법 살만하다 소리 없이 영글어가는 여문 과실 들녘에서 고추잠자린 드높은 하늘을 찾아냈는지 긴긴 땡볕 덕분에 낮 한때 제 세상을 만..
서귀포를 보쌈하다/야송(오승희) 고만고만 밟혀서 한없이 붙잡혀도 좋을 서귀포 칠십리 길 가없는 눈동냥에 발품하나 팔았다 하늘과 바다 잇는 폭포수는 비단을 두르고 콧구멍 뚫린 바위엔 유람선이 숨어들고 우리할망 벙벙한 얘기가 넘실대는 서귀포 앞바다 문섬, 범섬 섬섬이 흘려놓은 비경마다 덥..
나무를 위한 예의 / 나태주 (1945-) 나무한테 찡그린 얼굴로 인사하지 마세요 나무한테 화낸 목소리로 말을 걸지 마세요 나무는 꾸중들을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는 화낼만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네 가족의 가훈은 <정직과 실천>입니다 그리고 <기다림>이기도 합니다 봄..
살이 살과 닿는다는 것은 / 이선관 (1942-2005) <손톱을 자르며> 중에서 살이 살과 닿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가령 손녀가 할아버지의 등을 긁어 준다든지 간난애가 어머니 젖꼭지를 빤다든지 할머니가 손자 엉덩이를 툭툭 친다든지 지어머가 지아비의 발을 씻어 준다든지 사랑하는 연인끼리 입..
수수께끼 / 허수경 (1964-) 극장을 나와 우리는 밥집으로 갔네 고개를 숙이고 메이는 목으로 밥을 넘겼네 밥집을 나와 우리는 걸었네 서점은 다 문을 닫았고 맥줏집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들어갈 수 없었네 안녕, 이제 우리 헤어져 바람처럼 그렇게 없어지자 먼 곳에서 누군가가 북극곰을 도살하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