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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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생이란 그런 것 - 김시천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5. 13. 15:29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 - 김시천 시인살다 보면 하나 둘쯤 작은 상처 어이 없으랴속으로 곪아 뜨겁게 앓아 누웠던아픈 사랑의 기억 하나쯤 누군들 없으랴인생이란 그런 것그렇게 통속적인 일상 속에서가끔씩 아련한 상처 꺼내어 들고먼지를 털어 훈장처럼 가슴에 담는 것그 빛나는 훈장을 달고 그리하여 마침내저마다의 그리운 하늘에 별이 될 때까지잠시 지상에 머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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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품部品이 없다 – 홍윤숙 시인(1925-2015)현대시/한국시 2024. 5. 13. 15:27
아래의 시는 어제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부품部品이 없다 – 홍윤숙 시인(1925-2015) 어디선가 무시로바람이 빠지고 있다내 몸 어디엔가 구멍이 났나 보다바람 빠진 고무풍선이 되어 흐느적거린다바람을 넣고 싶다 씽씽 바람을 넣어다시 탱탱한 튜브가 되고 싶다누군가 저만치 서서피시시 실소하며 눈 찡긋거린다너무 오래된 구식 차형이라바꿔 넣을 부품이 어디에도 없다그냥 그대로 움직이는 날까지 끌고 다녀라그 길밖에 없다고 못을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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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개꿈 – 오탁번 시인(1943-2023)현대시/한국시 2024. 5. 11. 22:08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개꿈 – 오탁번 시인(1943-2023)평균 수명 채우려면 앞으로 10년,살아온 날 생각하면10년이야눈 깜짝할 사이인데,참 이상하다겨우 10년밖에 안 남은 세월이무한대無限大로 느껴진다백수白壽하고 싶니?참 뻔뻔스럽다그렇다 뻔히 보인다짧고 굵게!젊은 날의 숱진 맹세 죄다 까먹고흐지부지 살아온 나는앞으로 어느 날죽음을 눈앞에 두고도또 이럴 것이다곧 사윌 목숨인 줄도 모르고무한대로 남아 있는 내 생애가은하수 물녘까지 뻗칠 거라고개꿈을 꿀 것이다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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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 신화(神話)같이 다비데군(群)들 - 신동문 시인(1928-1993)현대시/한국시 2024. 5. 9. 15:04
아래의 시는 4.19 혁명 때 신동문 시인이 쓴 시이다. 아! 신화(神話)같이 다비데군(群)들 ― 4·19의 한낮에 신동문 서울도 해 솟는 곳 동쪽에서부터 이어서 서 남 북 거리 거리 길마다 손아귀에 돌 벽돌알 부릅쥔 채 떼지어 나온 젊은 대열 아! 신화(神話)같이 나타난 다비데군(群)들 혼자서만 야망(野望) 태우는 목동(牧童)이 아니었다 열씩 백씩 천씩 만씩 어깨 맞잡고 팔짱 맞끼고 공동의 희망을 태양처럼 불태우는 아! 새로운 신화 같은 젊은 다비데군들 고리아테 아닌 거인 살인 전제(殺人專制) 바리케이트 그 간악한 조직의 교두보 무차별 총구 앞에 빈 몸에 맨주먹 돌알로서 대결하는 아! 신화같이 기이한 다비데군들 빗살 치는 총알 총알 총알 총알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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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다오 나가다오 - 김수영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5. 9. 14:11
아래의 시는 1960년에 김수영 시인이 외세가 한반도에서 떠나기를 바라며 쓴 시이다. 가다오 나가다오 - 김수영 시인 이유는 없다---나가다오 너희들 다 나가다오너희들 미국인 소련인은 하루바삐 나가다오말갛게 행주질한 비어홀의 카운터에돈을 거둬들인 카운터 위에적막이 오듯이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고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는 돈을 내면또 거둬들이는석양에 비쳐 눈부신 카운터 같기도 한 것이니이유는 없다---가다오 너희들의 고장으로 소박하게 가다오너희들 미국인과 소련인은 하루바삐 가다오미국인과 소련인은 ‘나가다오’와 ‘가다오’의 차이가 있을 뿐말갛게 개인 글 모르는 백성들의 마음에는‘미국인’과 ‘소련인’도 똑같은 놈들가다오 가다오‘4월 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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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1921-1968)현대시/한국시 2024. 5. 9. 13:51
김수영 시인에 관한 책을 보다가 아래 시가 소개되어 전문을 검색하였다. 다음과 같다. 상당히 긴 편이다.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조용히 개굴창에 넣고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웅장한기념탑을 세우자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이제야말로 아무 두려움 없이그놈의 사진을 태워도 좋다협잡과 아부와 무수한 악독의 상징인지긋지긋한 그놈의 미소하는 사진을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에 안 붙은 곳이 없는그놈의 점잖은 얼굴의 사진을동회란 동회에서 시청이란 시청에서회사란 회사에서××단체에서 ○○협회에서하물며는 술집에서 음식점에서 양화점에서무역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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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시인(1921-1968)현대시/한국시 2024. 5. 9. 13:40
아래의 시는 을 읽다가, 이 책에서 언급된 시이다.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시인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다우리들의 적은 커크 더글러스나 리처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다그들은 선량하기까지도 하다그들은 민주주의자를 가장하고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자기들이 선량이라고도 하고자기들이 회사원이라고도 하고전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요릿집엘 들어가고술을 마시고 웃고 잡담하고동정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원고도 쓰고 치부도 하고시골에도 있고 해변가에도 있고서울에도 있고 산보도 하고영화관에도 가고애교도 있다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우리들의 전선(戰線)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우리들 전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