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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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어머니의 눈물 – 박목월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4. 18. 14:39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어머니의 눈물 – 박목월 시인 회초리를 들긴 하셨지만 차마 종아리를 때리시진 못하고 노려 보시는 당신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 와락 울며 어머니께 용서를 빌면 꼭 껴 안으시던 가슴이 으스러지도록 너무나 힘찬 당신의 포옹 바른 길 곧게 걸어 가리라 울며 뉘우치며 다짐했지만 또 다시 당신을 울리게 하는 어머니 눈에 채찍보다 두려운 눈물 두 줄기 볼에 아롱지는 흔들리는 불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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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4.16. 10주기)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 신경림 시인(1935-)현대시/한국시 2024. 4. 16. 19:57
아래의 시는 금년 3월 18일에 업로드 한 시인데, 오늘 4.16 세월호 10주기를 맞이하여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다시 올린다.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 신경림 시인(1935-) 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밝은 영혼들이 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밤마다 별들이 우릴 찾아와 속삭이지 않느냐 몰랐더냐고 진실로 몰랐더냐고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허술했다는 걸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바르지 못했다는 걸 우리가 꿈꾸어 온 세상이 이토록 거짓으로 차 있었다는 걸 밤마다 바람이 창문을 찾아와 말하지 않더냐 슬퍼만 하지 말라고 눈물과 통곡도 힘이 되게 하라고 올해도 사월은 다시 오고 아름다운 너희 눈물로 꽃이 핀다 너희 재잘거림을 흉내 내어 새들도 지저귄다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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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환절기 - 임영조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4. 14. 09:37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환절기 - 임영조 시인 밖에는 지금 건조한 바람이 불고 젖은 빨래가 소문 없이 말랐다 생나무가 마르고 산이 마르고 도시의 관절이 삐걱거렸다 사람들은 늘 갈증이 심해 내뱉는 말끝마다 먼지가 났다 가슴이 마르니까 눈만 커진 채 안부를 물어도 딴전이나 부리며 저마다 귀를 빨리 닫았다 저 멀리 좌정한 산이 어깨를 들썩이며 기침을 하자 온 마을엔 별의별 풍문이 나돌고 긴장한 나무들은 손을 들고 떨었다 세상은 이제 누군가 불만 댕기면 활활 타버릴 인화성 물질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날은 단 한 방울 눈물도 보이지 말고 자나 깨나 불조심 오나 가나 입조심 어쨌거나 요즘은 환절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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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작은 연가(戀歌) - 박정만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4. 13. 21:52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던 시이다. 작은 연가(戀歌)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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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고목을 보며 - 신경림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4. 11. 11:32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된 시이다. 고목을 보며 - 신경림 시인 그 많던 꿈이 다 상처가 되었을 게다 여름 겨울 없이 가지를 흔들던 세찬 바람도 밤이면 찾아와 온몸을 간질이던 자디잔 별들도 세월이 가면서 다 상처로 남았을 게다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이 꽃보다도 또 열매보다도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인데 내 몸의 상처들은 왜 이렇게 흉하고 추하기만 할까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게 하던 감미로운 눈발이며 밤새 함께 새소리에 젖어 강가를 돌던 애닲은 달빛도 있었고 찬란한 꿈 또한 있었건만 내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