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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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천천히 가자 쉬어 가면서 가자 – 나태주 시인(1945-)현대시/한국시 2024. 4. 27. 10:15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천천히 가자 쉬어 가면서 가자 – 나태주 시인(1945-) 천천히 가자 쉬어 가면서 가자오늘 가야 할 곳까지 가지 못했다고걱정하거나 안달할 일은 없다가다가 멈추는 자리가오늘 가야할 자리다 쉬어야 할 자리다바람 좋다 바람도 마시고구름 좋다 구름도 보고내 앞에 참으로 좋은 사람이 있다좋은 사람 마음속에 얼룩진슬픔의 그늘 기쁨의 물결도 좀들여다보면서 가자높은 가지 낮은 가지바람에 불려 나뭇잎들이 떨어져발 밑을 뒹군다 어찌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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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팝나무 가지 위의 흰 꽃들 - 송수권 시인(1940-2016)현대시/한국시 2024. 4. 24. 13:50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조팝나무 가지 위의 흰 꽃들 - 송수권 시인(1940-2016) 온 몸에 자잘한 흰 꽃을 달기로는사오월 우리들에 핀 욕심 많은조팝나무 가지의 꽃들만 한 것이 있을라고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에귀를 모아본다.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에는 네다섯 살짜리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자치기를 하는지 사방치기를 하는지온통 즐거움의 소리들이다그것도 볼따구니에 정신없이 밥풀을 쥐어발라서머리에 송송 도장 버짐이 찍힌 놈들이다.코를 훌쩍이는 녀석도 있다금방 지붕 위의 까치에게 헌 이빨을내어주고 왔는지 앞니 빠진 밥투정이도 보인다.조팝나무 가지 꽃들 속엔 봄날 이런 아이들 웃음소리가한 종일 떠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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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지의 힘 – 백무산 시인(1955-)현대시/한국시 2024. 4. 23. 22:17
아래의 시는 Classic FM에서 이상협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소개된 시이다. 백무산 시인은 처음 들어본 시인이라 잠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노동운동가 시인이다. 새로 이분을 알게 되어 반갑고 기쁘다. 내가 아는 시인들 가운데 이름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래의 시는 피정 혹은 휴식의 근거로 슬 수 있는 혹은 이런 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시다. 정지의 힘 – 백무산 시인(1955-)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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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미안하다 1 – 이희중 시인(1960-)현대시/한국시 2024. 4. 23. 08:59
아래의 시는 시집을 읽다가 좋아서 기록해 둔다. 나중에라도 다시 보고 싶을 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하다 1 – 이희중 시인(1960-) 꽃들아, 미안하다 붉고 노란빛이 사람 눈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고마워한 일 나뭇잎 풀잎들아 미안하다 너희 푸른빛이 사람을 위안하려는 거라고 내 마음대로 놀라워한 일 꿀벌들아, 미안하다 애써 모은 꿀이 사람의 몸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기특해한 일 뱀, 바퀴, 쐐기, 모기, 빈대들아 미안하다 단지 사람을 괴롭히려고 사는 못된 것들이라고 건방지게 미워한 일 사람들아, 미안하다 먹이를 두고 잠시 서로 눈을 부라리고는 너희를 적이라고 생각한 일 내게 한순간 꾸며 보인 고운 몸짓과 귀한 말에 묶여 너희를 함부로 사랑하고 존경한 일 다 미안하다 혼자 잘난 척,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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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들의 나비 – 전윤호 시인(1964-)현대시/한국시 2024. 4. 20. 18:32
아래의 시는 오늘 오후 백승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FM 풍류마을》에서 소개된 시이다. 아들의 나비 – 전윤호 시인(1964-) 나는 여태 구두끈을 제대로 묶을 줄 모른다 나비처럼 고리가 있고 잡아당기면 스르르 풀어지는 매듭처럼 순수한 세상이 어디 있을까 내 매듭은 잡아당겨도 풀리지 않는다 끊어질지언정 풀리지 않는 옹이들이 걸음을 지탱해왔던 것이다 오늘은 현관을 나서는데 구두끈이 풀렸다며 아들이 무릎을 꿇고 묶어주었다 제 엄마에게 배운 아들의 매듭은 예쁘고 편했다 일찍 들어오세요 버스 정류장까지 나비가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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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 정현종 시인(1939-)현대시/한국시 2024. 4. 20. 09:49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 정현종 시인(1939-)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 - 부 - 불고 있다 아주머니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고 뛰어오신다 무슨 일인지 처녀 둘이 장미를 두 송이 세 송이 들고 움직인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여 아주머니 밤 보따리, 비닐 보따리에서 밤꽃이 또 막무가내로 핀다 - 세계사에서 펴낸 정현종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