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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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인 날 - 노향림 시인(1942-)현대시/한국시 2023. 12. 5. 19:19
어떤 개인 날 - 노향림 시인(1942-) 낣고 외진 첨탑 끝에 빨래가 위험하게 널려 있다. 그곳에도 누가 살고 있는지 깨끗한 햇빛 두어 벌이 집게에 걸려 펄럭인다. 슬픔이 한껏 숨어 있는지 하얀 옥양목 같은 하늘을 더욱 팽팽하게 늘인다. 주교단 회의가 없는 날이면 텅 빈 돌계단 위에 야윈 고무나무들이 무릎 꿇고 황공한 듯 두 손을 모은다. 바람이 간혹 불어오고 내 등뒤로 비수처럼 들이댄 무섭도록 짙푸른 하늘. - 다산책방에서 펴낸 신경림이 엮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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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 신달자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4. 22:44
아래의 시는 읽으면서 성모의 밤 행사 때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어머니 - 신달자 시인 한 송이 꽃인가 하고 다가서면 한 그루 나무 한 그루 나무인가 하고 다가서면 차라리 한 덩이 바위 한 덩이 바위인가 하고 우러르면 듬직한 산이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꽝꽝 언 대지 안에 사랑을 품고 키우는 겨울뿌리 얼음 속에서도 얼지 않는 생명이셨습니다 달빛 받는 외짝 신발처럼 홀로 울음을 가누는 고독한 성자(聖者) 눈물과 땀과 피 남김없이 흘리시고 그 마지막 죽음까지 뿌리에게 주는 완전한 봉헌이셨습니다 문학수첩에서 2001년 간행한 신달자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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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 정호승 시인(1950-)현대시/한국시 2023. 12. 4. 22:30
아래의 詩는 오늘 아침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詩이다. 노래로도 만들어졌다. 노래는 안치환이 불렀다. 노래 링크: https://youtu.be/rESnmdgUxa8?si=PkSwJP8JGzgGCiYq 술 한잔 - 정호승 시인(1950-)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