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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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 양애경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11. 16:06
아래는 라디오 어느 프로그램의 막간에 소개된 시이다.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 양애경 시인 날마다 한치씩 가라앉을 때 주변의 모두가 의자째 나를 타고 앉으려고 한다고 나 외의 모든 사람에겐 웃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될 때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 눈길 스치는 곳곳에서 없는 무서운 알굴들이 얼핏얼핏 보일 때 발바닥 우묵한 곳의 신경이 하루종일 하이힐 굽에 버티느라 늘어나고 가방 속의 책이 점점 늘어나 소용없는 내 잡식성의 지식의 무게로 등을 굽게 할 때 나는 내 방에 돌아와 바닥에 몸을 던지네 모든 짐을 풀고 모든 옷의 단추와 걸쇠들을 끄르고 한쪽 볼부터 발끝까지 캄캄한 속에서 천천히 바닥에 들러붙네 몸의 둥근 선이 허락하는 한도까지 온몸을 서서 나는 바닥을 잡네 바닥에 매달리네 땅이 나를 받아주네 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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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꿈꾸는 사람에겐 어둠이 필요하다 – 김종해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9. 11:09
꿈꾸는 사람에겐 어둠이 필요하다 – 김종해 시인 춥고 어두운 날의 은혜가 있으므로 새날은 더욱 눈부시다 서설이 깔린 길은 더욱 눈부시다 그대 식탁 위의 은식기마다 반짝이는 것은 햇빛 같은 사랑 가득 담겨 있을수록 내일은 푸르고 더욱 아름답다 새날을 받기 위해 줄지어선 사람들 그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약간의 어둠이다 꿈꾸는 사람에겐 어둠이 필요하다 내일 아침 햇살을 낳기 위해 오늘밤을 진통하는 여인처럼 그대의 식탁 위엔 아무도 손대지 않은 한 세기가 차려진다 춥고 어두운 날의 은혜가 있으므로 오늘 아침 세상은 더욱 눈부시다 문학세계사, 2002년, 김종해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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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작하는 그 곳에 - 이길원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9. 11:08
아래의 詩는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스크린 도어에 걸린 詩이다. 시작하는 그 곳에 - 이길원 시인 바람쯤이야 싸늘하면 어떠냐 서울 공기가 아무리 수상해도 옷깃 여미고 하늘을 보자 새벽 안개 거스르는 찬연한 빛은 여전히 이 산하에 드리울 게다 어둡다고 한탄하지도 말자 태양은 매일 매일 떠오르고 때마다 가슴엔 힘이 용솟음칠 게다 우리에게 절망이 있었다면 그만큼의 희망 또한 있는 법 자, 이제 새로 시작하자 시작하는 그 곳에 바로 길이 있다 - 문화발전에서 2011년 펴낸 풀과별이 엮은 지하철 시집1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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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8. 19:56
아래의 詩는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 스크린도어에 적혀있는 詩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詩는 예전에 방영된 공유와 김고은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드라마 에서 소개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 드라마에서 공유가 낭송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랑의 물리학이란 제목도 그렇거니와 내용도 신선해서 대략 아직도 기억이 난다. 검색해보니, 2016년 12월 2일부터 2017년 1월 21일까지 tvN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이다. 드라마에서는 공유가 김고은을 생각하면서 아래의 詩를 낭송한다. 링크: https://youtu.be/cDSE6jzt09c?si=ykbRLgqGmBegFq7U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시인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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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새아침의 기도 – 김종해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8. 16:01
새아침의 기도 – 김종해 시인 아버지 새날로 시작되는 오늘 새 아침 깨끗한 희망 한 접시 햇살 한 접시 공기 한 접시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르게 하소서 가장 소박한 것의 은혜를 크게 깨닫게 해주시고 어제의 풀어지고 느슨한 나사를 오늘은 꼭꼭 죄어주소서 일하러 나가는 사람의 어깨 위에 기쁨과 보람을 더 얹어 주소서 우리 살아가는 일의 중심이 평범한 자의 행복에 있음을 치중해 주소서 슬픔이 있는 날 괴로움이 있는 날을 지내온 사람에게 더 큰 행운을 적용해 주소서 아버지, 하늘을 주시고 빛을 주시어 더 바랄 것이 없는 새날로시작되는 오늘 아침, 당신을 찬송하기에는 우리의 식탁에 너무나 빈 접시가 많이 놓여 있음을 당신은 보소서 우리 살아가는 일의 비바람 불고 천둥 번개치는 날은 견딜 수 있지만, 하늘에서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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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삼덩굴 – 김종해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8. 15:52
위 사진이 환삼덩굴이다. 김종해 시인의 詩 이 환삼덩굴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삼덩굴이나 환삼덩굴 다 같은 말로 쓰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잡초가 바로 이 환삼덩굴이다. 금년에 텃밭을 정성 드려 가꾸다가, 어느 날 문득 이 잡초의 이름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이 놈의 이름이 글쎄 환삼덩굴이다. 김종해 시인은 이 환삼덩굴을 주제로 시를 써서 다음과 같은 詩가 탄생되었다. 한삼덩굴 – 김종해 시인 지난 여름 내내 내 텃밭을 괴롭혔던 잡초의 얼굴을 드디어 식물도감에서 찾아내었다. 한삼덩굴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놈은 내가 가꾸는 텃밭뿐만 아니라 내 삶의 비탈, 어느 둔덕이나 뒤안길에서도 사사건건 덩굴손을 뻗으며 가시를 돋웠다. 결박하였다. 꿈길에서조차 내 발목을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