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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 3 / 밝은 하늘 2009-12-13(일) 피다 물보다 眞한 것 人生이다 피보다 眞한 것 生老病死다 人生보다 眞한 것 我執이다 生老病死보다 眞한 것 막걸리다 我執보다 眞한 것
아프다는 것은 / 밝은 하늘 2009-12-13(일)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흔들리는 낙엽에 음악이 벗겨지고 모자는 날아가고 행인은 길가에 주저앉아 귤을 까고 있다 길거리 이름 모를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존 덴버의 노래 Take Me Home Country Roads 따라 부르는 양치기 소년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사대에서 활시위를 ..
말골분교 김성구 교사 / 신경림 (1935-) 창비시선 115 <쓰러진 자의 꿈>에서 북한강가 작은 마을 말골분교 김성구 교사는 종일 남에게서 배우는 것이 업이다 오십 명이 좀 넘는 아이들한테서 배우고 밭매는 그애들 어머니들한테서 배운다 뱃사공한테 배우고 고기잡이한테 배운다 산한테 들한테 물한..
거인의 나라 / 신경림 (1935-) 창비시선 115 <쓰러진 자의 꿈>에서 모두들 큰 소리로만 말하고 큰 소리만 듣는다 큰 것만 보고 큰 것만이 보인다 모두들 큰 것만 바라고 큰 소리만 좇는다 그리하여 큰 것들이 하늘을 가리고 큰 소리가 땅을 뒤덮었다 작은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듣지를 않는..
그리움 / 신달자 내 몸에서 마지막 피 한 방울 마음의 여백까지 있는대로 휘몰아 너에게 마구잡이로 쏟아져 흘러가는 이 난감한 생. 명. 이. 동
댐을 보며 / 신경림 (1935-) 창비시선 115 <쓰러진 자의 꿈>에서 강물이 힘차게 달려와서는 댐에 와 부딪쳐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다시 파도를 이루어 헐떡이며 달려오지만 또 댐에 부딪쳐 맥없이 깨어진다. 깨어진 물살들은 댐 아래를 맴돌며 운다. 흐르지 못하는 답답함으로 댐을 뛰어넘지 못하는 ..
소백산의 양떼 / 신경림 (1935-) 창비시선 115 <쓰러진 자의 꿈>에서 소백산자락의 목장에서 양떼를 모는 개는 이상하게도 영어만 알아듣는다 뒤로 가 하면 우두커니 섰다가도 고백 하면 재빨리 천여 마리 양떼 뒤로 가 서고 몰아라 하면 딴전을 피우지만 캄온 소리엔 들입다몬다 미국서 훈련받은 개..
진드기 / 신경림 (1935-) 창비시선 115 <쓰러진 자의 꿈>에서 지금 우리는 너무 쉽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너무 편하게만 살려고 드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먹고 자고 뒹구는 이 자리가 몸까지 뼛속까지 썩고 병들게 하는 시궁창인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짐짓 따스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