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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좋은 일 / 곽재구 시인

좋은 일 / 곽재구 시인 익은 꽃이 바람에 날리며 이리저리 세상 주유하는 모습 바라보는 것은 좋은 일 어린 물고기들이 꽃잎 하나 물고 상류로 상류로 거슬러올라가는 모습 바라보는 것도 좋은 일 유모차 안에 잠든 아기 담요 위에 그려진 하얀 구름과 딸기들 곁에 소월과 지용과 동주와 백석이 찾아와 서로 다른 자장가를 부르려 다두다 아기의 잠을 깨우는 것은 좋은 일 눈 뜬 아기가 흩날리는 꽃잎을 잡으려 손가락 열개를 펼치는 것은 좋은 일 아기의 손가락 사이에 하늘의 마을이 있어 꽃잎들이 집들의 푸른 창과 지붕에 수북수북 쌓이고 오래전 당신이 쫓다 놓친 신비한 무지개를 꿈인 듯 다시 쫓는 것은 좋은 일 [꽃으로 엮은 방패], 창비, 2021.

현대시/한국시 2023.02.12

(詩) 봄을 입고 - 이대흠 시인

링크: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812 [문태준의 詩 이야기] - 불교신문 내 마음의 언덕에 집 한 채 지었습니다 그리움의 나뭇가지를 얽어 벽을 만들고 억새 같은 쓸쓸함으로 지붕을 덮었습니다 하늘을 오려 붙일 작은 창을 내고 헝클어진 바람을 모아 섬돌로 두었습 www.ibulgyo.com 봄을 입고 - 이대흠 시인 내 마음의 언덕에 집 한 채 지었습니다 그리움의 나뭇가지를 얽어 벽을 만들고 억새 같은 쓸쓸함으로 지붕을 덮었습니다 하늘을 오려 붙일 작은 창을 내고 헝클어진 바람을 모아 섬돌로 두었습니다 그대 언제든 오시라고 봄을 입고 꽃을 지폈습니다

현대시/한국시 2023.02.12

(詩) 길 – 박영근 시인

길 – 박영근 시인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 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치우고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저 눈 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현대시/한국시 202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