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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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 정호승 (1950-)현대시/한국시 2009. 5. 13. 11:39
밥그릇 / 정호승 (1950-) 중에서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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