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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 함민복 시인 사진 출처: 인터넷
속리산에서 / 나희덕 시인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
눈오는 날의 미사 / 마종기 시인 하늘에 사는 흰옷 입은 하느님과 그 아들의 순한 입김과 내게는 아직도 느껴지다 말다 하는 하느님의 혼까지 함께 섞여서 겨울 아침 한정 없이 눈이 되어 내린다. 그 눈송이 받아 입술을 적신다. 가장 아름다운 모형의 물이 오래 비어 있던 나를 채운다. 사..
이하의 시는 어느 책을 보다가 나와서 인터넷에서 전문을 찾아보았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1912-1996)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
우화의 강 / 마종기 시인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시인 (1941-)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인생 / 유자효 시인(1947-) 늦가을 청량리 할머니 둘 버스를 기다리며 속삭인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직선이 없다 / 박노해 시인 직선으로 달려가지 마라 아름다운 길에 직선은 없다 바람도 강물도 직선은 재앙이다 굽이굽이 돌아가기에 깊고 멀리 가는 강물이다 깊이 있는 생각 깊이 있는 마음 아름다운 것들은 다 유장하게 돌아가는 길 그렇게 빨리 어디로 가는가 그렇게 앞서 어디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