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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언어의 몸짓 / 최석근 시인 사랑! 그 언어의 몸짓에 생명의 꽃이 피어납니다 광선보다 밝은 빛으로 가슴에 켜켜이 쌓여진 어둠을 몰아내고 꽃 한 송이 피우게 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쁨의 탄식을 만들어 주는 것도 사랑의 몸짓입니다 사랑! 그 향기로 인하..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시인 (1943-)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
여기에 우리 머물며 / 이기철 시인 (1943-)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 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 드는 나무의 생애처럼 아무리 쌓아올려도 무겁지 않은 불덩이인 사랑 안 보이는 나라..
♥버려지는 신발들은 슬프다 / 김유석 시인♥ 사람들은 왜 신발을 벗어 두고 가는 걸까 그게 슬펐다, 그 어떤 유서보다 물가에 나란히 놓인 구두 한 켤레 어떤 무거운 길이 거기까지 따라와서 맨발이 되었을까 문단속을 하는 대신 토방에 반듯이 신발을 올려놓고 집을 비우던 아버지 삼우제 날 문 밖에..
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지 / 정희성 시인 (1945-) 손에서 일을 놓았다 나도 이제 이 지상에서 발을 떼고 싶다 샤걀이 그 아내와 함께 하늘로 떠오르듯 중력을 버리고 이 병든 도시로부터 가벼이 사는 동안 꼬리가 너무 길어졌다 꼬리가 끌고 온 무거운 길을 돌아보며 이쯤에서 나도 길을 내려놓고 싶..
버들잎 강의 / 신달자 시인 강의실은 구 층에 있었다 지하 삼 층 차고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한순간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일이 나에겐 예삿일이다 높은 곳을 죽 올라가는 그 재미로 계단을 잊은 지 오래다 아 지겨워 하나하나 밟아 언제 오르나 단숨에 잡아 보려 했던 북두칠성 아직 멀어서 나는 오..
♣희망 / 정희성 시인 (1945-)♣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가시 / 유종인(劉鍾仁) 시인 (1968-) 손바닥 선인장엔 골고다 예수보다 훨씬 많은 바늘 같은 못들이 손에 박혀 있다 떨어져버리는 잎새들의 환란을 저처럼 작고 뾰족하게 벼려놓았다 잎새가 드리우던 그늘 대신 겨우 손바닥 위에 바늘 그림자 촘촘히 떠놓는다 바늘로 햇살을 떠먹는 가시 숟가락들,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