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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것들 옆에서 / 고정희 내가 화나고 성나는 날은 누군가 내 발등을 질겅질겅 밟습니다 내가 위로받고 싶고 등을 기대고 싶은 날은 누군가 내 오른뺨과 왼뺨을 딱딱 때립니다 내가 지치고 곤고하고 쓸쓸한 날은 지난날 분별없이 뿌린 말의 씨앗, 정의 씨앗들이 크고 작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
오타/ 전태련| // 오타/ 전태련 컴퓨터 자판기로 별을 치다 벌을 치고 사슴을 치다 가슴을 친다 내 수족에 딸린 손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마음은 수십 번 그러지 말자 다짐하지만 남의 마음같이 느닷없이 끼어드는 오타 어찌하랴, 어찌하랴, 입으로 치는 오타는 여지없이 상대의 맘에 상처..
한 잎의 여자 1...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 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
洪水 / 이길원·시인 (1945-) 신난다. 한강이 가득하다 龍이라도 춤을 추듯 꿈틀대는 흙탕물이 너무 신난다 水位 11.25M라고 TV마다 야단이다 고수부지 천막이, 스티로폼이 흐른다 보기 싫은 정치꾼 몇 놈 떠내려갔으면 더 신나겠다 스모그에 가렸던 북한산엔 빛을 내는 초록, 이슬 먹고 오늘밤에는 은하수..
**아래 詩는 2011년 7월30일 포스팅** 풀꽃 / 나태주·시인 (1945-)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하 사진은 2019년 10월9일 추가**
별까지는 가야한다 / 이기철 시인(1943-)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한다 닮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한다 우리가 깃들인 마을엔 잎세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든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 쉬지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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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