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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일기장 / 조윤주 일기장은 기억의 냉장고야 하루에 보고 듣고 한 일 싱싱하게 보관해 주는 그냥 내버려 두면 쉽게 상해 못 먹게 되는 음식처럼 기억도 생생할 때 보관해 두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게 돼 엄마가 장 봐 온 채소를 다듬듯이 하루에 일어난 일 잘 다듬어..
마음 먹은대로 모두 다 이루어지는 인생살이가 아니기에 조그마한 것에도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님을 품을 수 없음 보담도 제 가까이에 계심에 만족해야 합니다. 이지러진 정염의 표출 보다는 깨끗한 마음의 교감이 더욱 값지게 할 것 입니다. 줄이고 줄인 저의 입지가 저를 압박 하지만, 그래도 웃으..
박꽃의 핑계 -- 화산 김수일 -- 진사댁 향이 막 봉싯한 가슴 호기심이 월담하던 사연 누구일까 바알 발 월색 창가에 이웃 도련님 글읽는 소리 밤마다 그리움이 쌓여 터지고 말았어 왜 밤에 피는거야 얘 ! 월색이 넘 고와서 달없는 밤에도 피었잖아 바보야 별빛이 넘 시리잖아 고짓말 도련님 글읽는 창가..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 글 / 도현금 당신의 모두가 꽃보다 아름다운 건 꽃은 사랑을 받을 줄만 알지만 당신은 사랑을 주고받을 줄도 알고 사랑을 할 줄도 알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나에게 훈훈한 열정으로 사랑과 용기를 주고 있으며 아..
기도하기 / 밝은 하늘 09/06/28(일) 주님 앞에 나서기 앉기 허리 펴기 눈감지 않기 내 마음 알아주기 모두 다 어렵더이다 내 마음과 내 생각 서로 혼동되어 내 마음으로 기도했다고 말했더니 내 생각으로 기도했다고 느껴지더이다 언제쯤 내 마음과 내 생각을 구분 지을 수 있을지 이처럼 쉬워보이나 어려..
수박을 먹으며 / 최규장 <똥에 대한 기억> 중에서 수박을 먹으며 무슨 씨가 이리 많으냐고 불만을 늘어놓네. 하지만 씨를 가리는 재미없이 먹는 수박이 뭐 그리 맛있겠는가. 먹기 위해서 씨를 가려야 하는 일이 더러 번거롭기도 할 터이지만 기실 그 씨가 자라서 속 붉은 배부른 수박이 된다는 거 ..
쓸쓸함이 때로 나를 이끌어 / 고재종 (1957-) <‘99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에서 갱변의 늙은 황소가 서산 봉우리 쪽으로 고개를 쳐들며 굵은 바리톤으로 운다 밀감빛 깔린 서쪽 하늘로 한 무리의 새떼가 날아 봉우리를 느린 사 박자로 넘는다 그리고는 문득 텅 비어 버리는 적막 속에 나 한동안 서있곤..
열심히 산다는 것 / 안도현 (1961-) <‘99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에서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 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 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 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