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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토지1의 명문장: 한가위사람되기/인문학 2024. 9. 2. 09:57
박경리 선생의 속 팔월 한가위는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27쪽에서 28쪽에 나온다. "팔월 한가위는 투명하고 삽삽한 한산 세모시 같은 비애는 아닐는지. 태곳적부터 이미 죽음의 그림자요, 어둠의 강을 건너는 달에 연유된 축제가 과연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는지. 서늘한 달이 산마루에 걸리면 자잔한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소복 단장한 청상의 과부는 밤길을 홀로 가는데--- 팔월 한가위는 한산 세모시 같은 처량한 삶의 막바지, 체념을 묵시(默示)하는 축제나 아닐는지. 우주 만물 그 중에서도 가난한 영혼들에게는." "가을의 대지에는 열매를 맺어놓고 쓰러진 잔해가 굴러 있다. 여기저기 얼마든지 굴러 있다. 쓸쓸하고 안쓰럽고 엄숙한 잔해 위를 검시(檢屍)하듯 맴돌던 찬 바람은 어느 서슬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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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토지1의 명문장: 여자의 집념은사람되기/인문학 2024. 9. 1. 08:41
"계집의 집념에는 사내가 따를 수 없지요. 욕심도 많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조그만한 욕심, 조그만한 원한, 미움만으로도 살인하는 일이 허다하죠.""그게 무슨 소린가?""최씨 집안의 살림은 여자 집념의 상징 아닙니까?" 위의 대화는 최참판家의 당주(호주) 최치수와 에서 가장 속악한 인물 조준구가 나눈 대화이다. 첫 문장은 최치수가 한 말이다. 위 대화는 의 292쪽에 나온다. 이 문장을 대했을 때 즉시 내 머리 속에 떠오른 여자가 있었으니,,, 누구라고 거명하기는 좀 그렇다. 여자의 집념은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어디 여자만 그런가? 인간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잘못을 덮으려는 집념과 그 잘못을 파헤치려는 집념이 싸우는 세상이다. 사필귀정이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 반대로 흘러간다. 야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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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보 이력서 – 임보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8. 30. 11:49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바보 이력서 – 임보 시인 친구들은 며예와 돈을 미리 내다보고법과대학에 들어가려 혈안일 때에나는 영원과 아름다움을 꿈꾸며어리석게 문과 대학을 지원했다. 남들은 명문세가를 좇아배우자를 물색하고 있을 때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어렵게 자란현모양처를 구했다. 이웃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강을 넘어남으로 갔을 때나는 산을 떨치지 못해 추운 북녘에서반평생을 보냈다. 사람들은 땅을 사서 값진 과목들을 심을 때나는 책을 사서 몇 줄의 시를 썼다. 세상을 보는 낸 눈은 항상 더디고사물을 향한 내 예감은 늘 빗나갔다. 그래서 햔평생 내가 누린 건 무명과 빈곤이지만그래서 또한 내가 얻은 건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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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벼 - 이성부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8. 26. 10:33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라디오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애롸 같다. 벼 - 이성부 시인 벼는 서로 어우러져기대고 산다.햇살 따가워질수록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바람 한 점에도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이 넓디넓은 사랑,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이 피 묻은 그리움,이 넉넉한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