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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엔 / 밝은 하늘 2009/5/5 오늘밤엔 너의 어깨에 기대 쉬고 싶다 오늘밤엔 너의 목소리 자장가처럼 듣고 싶다 오늘밤엔 너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게 하고 싶다 오늘밤엔 너의 입술이 내 볼에 입맞춤하게 하고 싶다 오늘밤엔 너의 가슴이 나를 껴안게 하고 싶다 오늘밤엔 맛있는 포도주가 바로 너..
상처 / 밝은 하늘 2009/5/5 찌르는 것만이 상처가 아니다 내 큰키와 잘생긴 외모가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다 행위가 상처를 입히지만 존재자체가 상처를 주기도 해 상처 투성이의 삶 컴플렉스 투성이의 인간
좋은 것은 나쁘다 / 밝은 하늘 2009/5/5 남을 속이는 것도 좋은 것이요 남을 아프게 하는 것도 좋은 것이요 남을 강요하는 것도 좋은 것이요 남을 피눈물흘리게 하는 것도 좋은 것이요 남을 죽음으로 밀어넣는 것도 좋은 것이다 이래도 좋은 것이 좋은 것이냐? --------- 우리를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하는 건, ..
천설(穿雪) / 이양연(李亮淵), 朝鮮時代 穿雪野中去 不須胡亂行 천설야중거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엔 모름지기 아무렇게 걸어서는 아니 되리 오늘 나의 발자취가 뒤에 오는 사람의 길잡이 되리니 --------- 우연히 국악방송에..
두 사람 / 곽재구 (1954-)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꽃길을 지나갑니다 바퀴살에 걸린 꽃향기들이 길 위에 떨어져 반짝입니다 나 그들을 가만히 불러 세웠습니다 내가 아는 하늘의 길 하나 그들에게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마음 / 한용운 (1879-1944) 나는 당신의 눈썹이 검고, 귀가 갸름한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이 사과를 따서 나를 주려고, 크고 붉은 사과를 따로 쌀 때에, 당신의 마음이 그 사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의 둥근 배와 잔나비 같은..
담쟁이 / 도종환 (1954-)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을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다보탑을 줍다 / 유안진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多寶塔)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橫財)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 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行人)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