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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통한다는 말 - 손세실리아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11. 22. 23:40
통한다는 말 - 손세실리아 시인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사람을 단박에 기분 좋게 만드는 말도 드물지 두고두고 가슴 설레게 하는 말 또한 드물지 그 속엔 어디로든 막힘없이 들고나는 자유로운 영혼과 흐르는 눈물 닦아주는 위로의 손길이 담겨있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붉은 피도 통한다하고 물과 바람과 공기의 순환도 통한다하지 않던가 거기 깃든 순정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사랑해야지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늑골이 통째로 묵지근해지는 연민의 말도 드물지 갑갑한 숨통 툭 터 모두를 살려내는 말 또한 드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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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전화 – 마종기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11. 10. 15:15
전화 – 마종기 시인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를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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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bbc: 이번 참사는 정부의 책임, 기성세대가 투표를 잘못한 책임사람되기/시사 2022. 11. 3. 10:08
링크 주소: https://www.bbc.com/news/world-asia-63455372 Itaewon crush: Shock and anger as Seoul grieves for its young Sorrow, bewilderment and questions after one of South Korea's worst recent tragedies. www.bbc.com Itaewon crush: Shock and anger as Seoul grieves for its young (사진) By Tessa Wong & Youmi Kim BBC News, Seoul On a bright and cloudless October afternoon, Lee Insook marched into a gra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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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 내 장례식에서 듣고 싶은 음악현대시/습작시 2022. 10. 31. 11:52
아래의 시는 이번 달에 쓴 詩이다. 이 무렵에도 이 詩를 쓰고 나서 다음 날 몇 십년 알고 지내던 그러나 관계가 그리 깊지는 않았던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 아무튼 이 날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아래와 같은 시를 써보았다. 이런 걸 시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국가 애도 기간이라 시의적절해보인다. 그리고 나는 아래의 詩대로 내 장례식에서 음악을 틀어주기를 미리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 내 葬禮式에서 듣고 싶은 音樂 22년 10월 08일 토요일 나의 葬禮式에서 듣고 싶은 音樂은 이렇다. 내 存在의 根源인 神에게 돌아가는 거니 Phil Coulter의 을 듣고 싶다. 죽는다는 건 떠나는 자에겐 기쁜 일이나, 남은 자들에겐 슬픈 일이기도 하니, 韓國 歌曲 를 틀어주면 좋겠다. 또 도 듣고 싶은데, 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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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 왜 기도하는가현대시/습작시 2022. 10. 31. 11:46
지난 주말 서울 이태원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다. 다음달 5일까지 국가애도 기간이다. 이런 시점에서 나는 아무 잘못없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 친구들을 위해 신께 기도한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젊은이들이 사랑과 정의의 神 안에서 영원하고 진정한 기쁨과 안식을 누리길 기도하옵나이다." 왜 기도하는가 - 밝은 하늘 22년 10월 26일 수요일 나를 구원해달라고 기도하지 않겠다 신의 무조건적 사랑과 전폭적인 지지를 느끼고 확인하고자 나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다 너무나 쉽게 죄의식 앞에 무너지고 절망하는 사람들 죄나 잘못보다 죄와 잘못에 대한 미안함과 죄의식과 두려움 이런 걸 극복하기 위해 인간 존재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나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 나의 존재이유를 찾기 위해 그래서 진정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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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은행나무 – 박형권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10. 30. 22:40
은행나무 – 박형권 시인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는 밥할 줄 모르고, 낙엽 한 줌 쥐어주면 햄버그 한 개 주는 세상은 왜 오지 않나 낙엽 한 닢 잘 말려서 그녀에게 보내면 없는 나에게 시집도 온다는데 낙엽 주고 밥 달라고 하면 왜 뺨맞나 낙엽 쓸어 담아 은행 가서 낙엽통장 만들어 달라 해야겠다 내년에는 이자가 붙어 눈도 펑 펑 내리겠지 그러니까 젠장 이 깔깔한 돈 세상에는 처음부터 기웃거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낙엽 주워 핸드백에 넣는 네 손 참 곱다 밥 사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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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밥 생각 – 김기택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10. 30. 22:39
밥 생각 – 김기택 시인 차가운 바람 퇴근길 더디 오는 버스 어둡고 긴 거리 희고 둥근 한 그릇 밥을 생각한다 텅 비어 쭈글쭈글해진 위장을 탱탱하게 펴줄 밥 꾸룩꾸룩 소리나는 배를 부드럽게 만져줄 밥 춥고 음침한 뱃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밥 잡생각들을 말끔하게 치워버려주고 깨끗해진 머릿속에 단정하게 들어오는 하얀 사기 그릇 하얀 김 하얀 밥 머리 가득 밥 생각 마음 가득 밥 생각 밥 생각으로 점점 배불러지는 밥 생각 한 그릇 밥처럼 환해지고 동그래지는 얼굴 그러나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해지면 다시 난폭하게 밀려들어올 오만가지 잡생각 머릿속이 뚱뚱해지고 지저분해지면 멀리 아주 멀리 사라져버릴 밥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