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환절기 - 임영조 시인 밖에는 지금 건조한 바람이 불고 젖은 빨래가 소문 없이 말랐다 생나무가 마르고 산이 마르고 도시의 관절이 삐걱거렸다 사람들은 늘 갈증이 심해 내뱉는 말끝마다 먼지가 났다 가슴이 마르니까 눈만 커진 채 안부를 물어도 딴전이나 부리며 저마다 귀를 빨리 닫았다 저 멀리 좌정한 산이 어깨를 들썩이며 기침을 하자 온 마을엔 별의별 풍문이 나돌고 긴장한 나무들은 손을 들고 떨었다 세상은 이제 누군가 불만 댕기면 활활 타버릴 인화성 물질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날은 단 한 방울 눈물도 보이지 말고 자나 깨나 불조심 오나 가나 입조심 어쨌거나 요즘은 환절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