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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작은 것이 세상을 만든다 - 이기철 시인(1943-)

시집을 읽다가 다시 주옥같은 시를 찾았다. 그래서 아래에 적어 본다. 아래의 시 중에서 밑줄친 부분이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구절이다. "봉투를 뜯기 전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사랑이다" 작은 것이 세상을 만든다 - 이기철 시인 종이 위에 볼펜 지나가는 소리로 세상을 들을 수 있다면 강가 모래알이 오늘은 얼마나 더 작아졌는지를 말할 수 있다 밥상 위에 수저 놓이는 소리로 세상을 들을 수 있다면 오늘 하루 물속의 돌멩이가 얼마나 냇물에 더 깎였는지를 말할 수 있다 한 잎을 지나 다른 잎으로 가는 애벌레의 발자욱으로 세상을 걸어갈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연필 글씨처럼 아늑함을 말할 수 있다 봉투를 뜯기 전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사랑이다 오늘 돋는 풀잎처럼 내일을 ..

현대시/한국시 2024.04.04

(시)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 이기철 시인(1943-)

이기철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좋은 시 같아서 여기에 옮겨본다. 이 시는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시이다. 우리 인생을 참 아름답게 또한 통찰력 있게 표현한 시처럼 다가온다.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 이기철 시인(1943-) 창문을 누가 두드리는가, 과일 익는 저녁이여 향기는 둥치 안에 숨었다가 조금씩 우리의 코에 스민다 맨발로 밟으면 풀잎은 음악 소리를 낸다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그립다는 말을 전할까 저녁이 숨이 될 때 어둠 속에서 부르는 이름이 생의 이파리가 된다 불빛으로 남은 이름이 내 생의 핏줄이다 하루를 태우고 남은 빛이 별이 될 때 어둡지 않으려고 마을과 집들은 함께 모여 있다 어느 별에서 살다가 내게로 온 생이여 내 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무가 팔을 벋어 다른 나무를 껴안듯 사..

현대시/한국시 202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