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4

(시) 아들의 나비 – 전윤호 시인(1964-)

아래의 시는 오늘 오후 백승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FM 풍류마을》에서 소개된 시이다. 아들의 나비 – 전윤호 시인(1964-) 나는 여태 구두끈을 제대로 묶을 줄 모른다 나비처럼 고리가 있고 잡아당기면 스르르 풀어지는 매듭처럼 순수한 세상이 어디 있을까 내 매듭은 잡아당겨도 풀리지 않는다 끊어질지언정 풀리지 않는 옹이들이 걸음을 지탱해왔던 것이다 오늘은 현관을 나서는데 구두끈이 풀렸다며 아들이 무릎을 꿇고 묶어주었다 제 엄마에게 배운 아들의 매듭은 예쁘고 편했다 일찍 들어오세요 버스 정류장까지 나비가 따라왔다

현대시/한국시 2024.04.20

(시)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 정현종 시인(1939-)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 정현종 시인(1939-)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 - 부 - 불고 있다 아주머니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고 뛰어오신다 무슨 일인지 처녀 둘이 장미를 두 송이 세 송이 들고 움직인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여 아주머니 밤 보따리, 비닐 보따리에서 밤꽃이 또 막무가내로 핀다 - 세계사에서 펴낸 정현종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중에서 -

현대시/한국시 2024.04.20

(시) 오이 밭 – 박화목 시인(1924-2005)

아래의 시는 어제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오이 밭 – 박화목 시인 희미해지는 내 어릴 적 추억에서 지금도 설명하야 잊을 수 없는 것은 달밤 오이 밭에 같이 앉아 오이를 따먹으며 나의 손을 고옥 쥐던 순이의 얼굴이었다 이 밤도 달빛은 의구히 환 하노니 아해처럼 오이를 한입 물었으나 잠시 미각을 잊고 잠시 추억에 잠기노라

현대시/한국시 2024.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