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樂) / 명천 낙(樂) 2008/10/09(목) / 명천 언제부턴가 전철역에서 詩를 줍는 게 日常의 기쁨이 되었다. 그 뒤에는 헌책방에서 詩集을 뒤지는 게 生活의 기쁨이 되었다 다음에는 직접 詩를 흉내 내는 게 人生의 기쁨이 되겠다. (최근 한 달 사이 평소 詩와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내가 詩 읽는 묘미에 빠졌다. 그렇다. 맛.. 현대시/습작시 2009.11.29
속보(速報) / 명천 속보(速報) / 명천 2008/10/3 사람이 살다보면 때로는 그러고 싶은 때가 있지. 어깨에 짊어진 짐이 얼마나 무거웠으면 남들과 나누어 질 생각 않고 스스로 내려놓았을까. 오늘도 감당하기 벅찬 바벨을 껴안고 들어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이 시대의 많은 중생들은 죽어도 누구 하나 기억해줄.. 현대시/습작시 2009.11.29
가을 / 명천 가을 / 명천 2008/10/3 뒹구는 낙엽이 가을이 왔노라고 말합니다. 도봉산 입구 전어 굽는 연기가 가을이 왔노라고 말합니다. 시집 한 권 옆구리 끼고 고수부지 걷는 남자가 가을이 왔노라고 말합니다. 현대시/습작시 2009.11.29
생선과 꽃 / 밝은 하늘 생선과 꽃 / 밝은 하늘 2009/11/27(금) 찌는 여름날 생선가시 하나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고 하루 지나면 어느 새 구더기들 드글거린다 구더기도 혹시 생명인가? 뼈만 앙상한 생선의 몸에서 흰 액체가 쏟아지고 그 안에서 알들이 깨어나 어느 새 구더기가 生命은 無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발화의 조건.. 현대시/습작시 2009.11.29
생각나 / 밝은 하늘 생각나 / 밝은 하늘 2009/11/17(금) 너를 떠올리면 덩치 큰 300년 된 이파리 무성한 느티나무가 생각나 너를 떠올리면 태백산 길 오를 때 마주치던 길섶의 눈색 바탕의 한 겨울 날씬한 주목이 생각나 너를 떠올리면 열다섯에 봉쇄수도원에 입회하여 꽃다운 나이 스물넷에 하느님 품에 안긴 리지외의 聖女 .. 현대시/습작시 2009.11.29
소주가 쓴 날 / 밝은 하늘 소주가 쓴 날 / 밝은 하늘 2009/11/27(금) 아, 오늘은 하얀 소주가 쓰구나! 네가 보낸 문자 메시지는 쓰지 않은데 지금쯤 반달이 초가지붕 위에다 알을 낳고 있겠지 신종플루 걸렸다가 하루 만에 무사히 극복하고 自祝(자축)하는 이 밤 고상함은 온갖 유치찬란함 다 겪은 후 벗겨진 허물일 뿐 현대시/습작시 2009.11.29
헛구역질 / 밝은하늘 헛구역질 / 밝은하늘 2009/11/27(금) 위내시경 검사하러 모로 누웠더니 몸은 자꾸 긴장이 되고 속으로 화살을 쏘았다 그랬더니 긴장이 풀어졌는데 의사가 와서 기계를 입 속으로 넣기 시작했는데 헛구역질이 자꾸 나오는 바람에 답답한 의사 양반 왈, 답답한 간호사 양반 왈, -좀만 참으세요! -이런 젠장! -.. 현대시/습작시 2009.11.29
너와 함께 외치고 싶어 / 밝은 하늘 너와 함께 외치고 싶어 / 밝은 하늘 2009/11/24(화) 너를 갖고 싶어 어떻게 해야 너를 가질 수 있는지 혹시 네가 알면 좀 가르쳐줄 수 있겠어 너의 외모보다 너의 재능보다 너의 지식보다 너의 배경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너의 마음이었어 마음이 뭐 중요하냐고들 사람들이 말한다지만 나는 이래봬도 佛者.. 현대시/습작시 2009.11.26
너의 진실 / 밝은 하늘 너의 진실 / 밝은 하늘 2009/11/24(화)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와 함께 했던 과거의 추억을 한 움큼 모아다 태웠는데 그 추억은 재가 되어 사라질 줄 알았는데 곧바로 연무로 변하더니 너의 머리 위로 날아와 새가 되었다 너의 따스한 손과 환한 미소와 진실한 걸음걸이는 너의 가슴 속 깊이 숨겨놓은 너의 .. 현대시/습작시 2009.11.26
신종플루 / 밝은 하늘 신종플루 / 밝은 하늘 2009/11/24(화)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뽑아든 만년필 잉크가 와이셔츠에 튀어 무지개 생겨나고 저 멀리 던진 물수제비 돌아와 펄펄 끓는 난로 위 주전자 속에서 화염을 방사하고 신종플루에 걸린 가련한 인생이 뱉어내는 욕설의 썩은 내는 가시나의 볼을 어루만지고 머그잔 속.. 현대시/습작시 200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