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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묻을 가슴 / 밝은 하늘 2009/11/24(화) 바람아, 이제 그만 좀 불어라! 뭐 더 떨굴 낙엽이라도 있느냐 늦은 저녁 먹고 느긋한 산책길 나서는데 가로등 위로 얼굴 빼곰히 내민 가시나 네 생각에 가던 길 멈추고 멍청히 전봇대 옆에 서서 그림자 되었네 내가 사람이 아니고 아마 사물이었다면 가령 별이나..
잠결에 / 밝은 하늘 2009/11/15(일) 짠 하늘의 이름 없는 갓이 춤추는 낙엽의 허공스런 절벽에 묻어나는 아쉬움의 뽀얀 연기 위로 밀치니 섹스 후에 그녀의 거시기에서 진물처럼 그레고리안 성가가 흐르는데 그녀의 톤 낮은 미소에서 대한민국 만세삼창이 구겨지고 꿈에 취해 날아가는 풍선이 삐-비-비-빅..
가슴으로 사랑하기 / 밝은 하늘 2009/11/14(토) 스스로가 자신에게 낯설어졌다는 친구여, 그런 모습의 일부를 보여준 그대의 용기와 나에 대한 신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오. 아이들을 관행적으로 사랑하기를 거부하고 학생들을 진정 가슴으로 사랑하기를 선언한 친구여 그대에게 신의 축복을 기원합..
잠이 쉬 안 드는 밤에 / 밝은 하늘 2009/11/13(금) 하늘이 내는 울음소리와 땅이 내는 웃음소리가 합하여 이 밤을 환히 비추고 낙엽이 뒹구는 쓸쓸함은 나의 가슴에 찬 소주잔을 붓는다 번지점프대 위에 올라선 관광객처럼 앞으로 펼쳐질 시나리오 앞에서 역사(歷史)는 언제나 커밍순(coming soon)을 외치며 ..
신의 뜻 / 밝은하늘 2009/11/13(금) 한라산사랑으로 활기차게 살고 하느님의 사람으로 훌쩍 성장하길 두 손 모으며 그 사람이 보내온 축복의 메시지 친애하는 보다 사랑하는 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 오랜만에 만났는데 투닥투닥 싸움을 걸어왔던 사람 그럼에도 사소한 것에도 경직되는 나를 녹여놓은 ..
태초에 / 밝은 하늘 2009/11/06(금) 태초에 빈틈이 있었다 어느 날 그 틈이 일 미리 벌어졌다 얼마 후 속에서 싹들이 나왔다 그리곤 꽃들도 덩달아 피어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너는 누구인가 / 밝은 하늘 2009/11/06(금) 가을걷이가 끝난 황량한 들판에 나뭇가지 흔들리고 낙엽들 먼지처럼 후-두-둑 날린다 내 마음에도 마른기침이 바람처럼 흔들리고 삭막한 도시의 내음이 찬찬히 퍼져나간다 그 속에서 아련히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너는 누구인가
바네사 / 밝은하늘 2009/11/03(화) 거리에 낙엽이 뒹굴고 비가 한 바탕 뿌리고 난 뒤 시꺼먼 방귀 뀌며 지나가는 버스에게 손 흔드는 바네사 옷깃을 세우고 목도리를 두르고 양손에 장갑을 끼고 했어도 따숩지 않았다 그저께 눈이 사십 센치나 내린 지루한 한라산의 계단을 오른다 까마귀의 까악 까악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