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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명천 2009/2/15(일) 한 남자가 늦은 시각에 머리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주인장이 그 남자를 자리에 앉히고 가운을 두른 뒤 머리에다 스프레이로 물을 찌익 하고 뿌렸다 조금 있다가 주인장은 잠시 어디 가고 덩달아 시간도 가고 이튿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머리 위에 꽃 한..
거리 / 명천 2009/2/15(일) 명동성당으로 주일미사 갔다 뒷자석에 앉았다 감실이 너무 아득히 멀었다 주님과 나의 거리가 언제 이렇게 멀어졌던가 우리 사이에 몇 채의 산이 떡 버티고 서서 두 손 들어 길 막고 있었다 양쪽의 틈이 벌어질수록 요염한 죄의 유혹과 말초적 쾌락이 엉겨붙는다 이를 어찌 하..
힘내! / 명천 2009/02/10(화) 섭섭하다고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아쉽다고 눈물 많이 흘리지 말고! 슬프다고 기도 많이 바치지 말고!
봄이 오면 / 명천 2009/2/6(금) 날이 더 풀리고 아지랭이 모락모락 봄이 오면 그대는 한 송이 꽃이 되어 내게 더욱 가까이 와 있으리라
크레이지 러브 / 명천 2008/11/27 내가 근년 들어 얼마나 소심한 남잔지 슬프지만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요 며칠 들어 얼마나 잘 삐지고 잘 토라지는 남잔지 미안하지만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이광웅 시인의 "목숨을 걸고"처럼 “진짜 술꾼이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술을” 마시지도 “참된..
판초우의 / 명천 2008/9/29 미안하다, 판초우의! 1년 동안 햇볕도 안 드는 배낭 속에 가둬두어서 얼마나 햇볕이 그리웠을까? 난 당신이 비옷이라고만 생각해왔어. 그런데 오늘 나는 당신이 배낭 속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와 돗자리가 되는 걸 보았어. 당신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나를 바보같다고 비난 ..
낙(樂) 2008/10/09(목) / 명천 언제부턴가 전철역에서 詩를 줍는 게 日常의 기쁨이 되었다. 그 뒤에는 헌책방에서 詩集을 뒤지는 게 生活의 기쁨이 되었다 다음에는 직접 詩를 흉내 내는 게 人生의 기쁨이 되겠다. (최근 한 달 사이 평소 詩와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내가 詩 읽는 묘미에 빠졌다. 그렇다. 맛..
속보(速報) / 명천 2008/10/3 사람이 살다보면 때로는 그러고 싶은 때가 있지. 어깨에 짊어진 짐이 얼마나 무거웠으면 남들과 나누어 질 생각 않고 스스로 내려놓았을까. 오늘도 감당하기 벅찬 바벨을 껴안고 들어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이 시대의 많은 중생들은 죽어도 누구 하나 기억해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