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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 이승하 (1960-) <사랑했을 뿐이다>에서 사형을 당한다면 떨어지는 칼! 참수斬首가 아플까 목 죄는 밧줄! 교수絞首가 더 아플까 너의 머리를 잘라야겠다 살로메가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잘라 쟁반 위에 올려놓았듯이 자른 머리를 보고 껄껄껄 웃어주어야겠다 목 졸려 죽은 사람들이 네-..
서정주 / 정숙자 <사랑했을 뿐이다>에서 선생님, 저는 어제 단시를 하나 지었어요 그래 뭐라고 썼지? 제목이 숙명인데요 이슬에 관한 내용이에요 외울 수 있으면 외워 봐 나무들 손끝으로 받는 이슬을 풀잎은 몸 굽혀 허리로 받네, 예요 어디 뭐라고? 다시 한번 천천히 외워 봐 나무들~..
이명박 퇴임시계 / 박진환 (1936-) <諷詩調․X>에서 이명박대통령 임기 끝나 퇴임하는 날이 2012년 12월 26일 이날에 맞춰 돌아가는 시계가 이명박 시계란다 시작이 엊그젠데 퇴임날 꼽아가며 돌아가는 시계가 있다니
유모차를 끌며 / 김규동 (1925-) <하나의 세상>에서 그 신문사 사장은 변변치 못한 사원을 보면 집에서 아이나 보지 왜 나오느냐고 했다 유모차를 끌며 생각하니 아이 보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저귀를 갈고 우유 먹이는 일 목욕 시켜 잠재우는 일은 책 보고 원고 쓸 시간을 군말 없이 ..
예수 그리스도 / 이승하 (1960-) <사랑했을 뿐이다>에서 한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 술에 취해 밤거리를 헤맬 때 나를 용서하려 애쓰는 이가 어딘가에 있음을 안다네 그를 나는 ‘거룩한 예수’라고 부르지 간음한 여자를 요서하면서 남을 용서할 줄 알아야 자기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했던 근엄한 예..
사람 / 김건일 (1942-) <뜸북새는 울지도 않았다>에서 지혜 있는 사람을 사귀지 말거라 그러자면 지혜는 뭣 땜에 있어요 지혜를 가지고 이익만 불려 나갔기로 지혜는 지혜가 아니니라 시인은 시인이 아니니라 판사는 판사가 아니니라 사귀면 사귈수록 뼈만 남으니 지혜 있는 사람을 존경하라 움직이..
사랑시장 / 박원자 <하늘빛 너의 향기>에서 너와 내가 만나면 언제나 그 자리엔 사랑시장이 들어선다 싼 것은 비싸지고 비싼 것은 다시 포장해서 가슴에 담아가는 너와 내가 만드는 사랑의 시장으로. <저자 소개> -한맥문학에 시로 등단 -문학춘추에 시 작품상 당선 -광주문인협회 회원 -한국예..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1945-)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구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