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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 이광웅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둘 중 어느 쪽일까 / 박진환 (1936-) <諷詩調˚X>에서 법률이 적을수록 좋은 법치국가라는 영국의 속담 나라가 부패하면 할수록 법률이 늘어난다는 타기누스의 말 법 만들다 맨날 쌈박질만 하는 코리아는 둘 중 어느 쪽일까
바다.2 / 차윤옥 <노래하는 삶>에서 어느 골짜기 어느 강에서 여기까지 흘러왔는가 사람들에게 온갖 것 다 베풀고 때론 화를 내기도 하고 흐르고 흘러 여기까지 왔는가 아래로 아래로만 흐르다 보니 긴 노정의 끝이 바로 여기이던가 신비롭다 위대하다 자연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 가장 아래 있어..
내음새와 그리움 / 김정원 <다른 하늘 아래서도 넌 꽃이었느니> 에서 이제는 안 계시는데 어버이 그날 시골장에 가 볼거나 모란장에 가 볼거나 거기엔 만날 수 있을 듯 어머니 내음새 더덕이며 산초잎 두릅, 드물된장에 삭힌 콩잎 등 그득 한 보따리쯤 k와서 어머니 장바구니를 그 옆에서 보는 거다..
꽃 / 함민복 (1962-)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
부끄러워서 원 / 박진환 (1936-) <諷詩調 X>에서 질서를 위해 법을 만들고 법으로 질서를 지키는 게 정도인데 정작 법을 만드는 곳에서는 질서라곤 전무, 순 난장판이데 초등하교 반장선거에도 질서가 있는데 부끄러워서 원 *저자 소개* 전남 해남 출신으로 동국대 국문학과를 거쳐 중앙대대학원 졸..
벼락에 대하여 / 정호승 (1950-)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에서 벼락맞아 쓰러진 나무를 보고 처음에는 무슨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듬해 봄날 쓰러진 나무 밑동에서 다시 파란 싹이 돋는 것을 보고 죄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나무가 벼락을 맞는다는 것..
못잊어 / 김소월 (1902-1934) <소월시집>에서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라.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세얼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느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