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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서서 보다> / 정희성 시인 (1945-) 이것은 정말 거꾸로 된 세상 집 없는 시민들이 시위하다 불타 죽은 아침 억울해 울면서 항복하듯 다리를 들고 팔목이 시도록 맨손으로 우리는 이 땅을 디딜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가난이 제 탓만도 아닌데 우리들의 시대는 집이 헐린 채 제 삶의 터전을 지..
틈새 사이로 / 박광옥 (1955-)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에서 보이길 바랬지요 틈새 사이로 어두움일지라도 그 곳을 볼 수 있거든요 나에게 고통을 만들어 준 틈새사이로 빛이 비추려 하네요 희망의 날개 펼치어 보어며 가슴으로 품어 주셨던 님 그 속삭임은 저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하네요 틈새 속..
태양계 / 이문재 (1959-) 비행기가 착륙할 때 보았다 8천 미터 상공에서 잃어버렸던 자기 그림자를 활주로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었다 히말라야를 넘거나 태평양을 종단하는 철새들도 마찬가지다 땅이 가까워지면 서둘러 제 그림자부터 찾는다 하늘 폴이 솟아오르기만 하거나 앞으로 미래로만 달려나가..
압록강 / 고은 (1933- ) 오래 전 젊은날 아무것도 없이 하루가 공짜로 가던 시절이었다 나는 다친 다리로 걷지 못하는 날 그 빈집 곰팡이와 함께 하루를 다 보내며 압록강 같은 서사시를 쓰고 싶었다 조선이 일본에게 다 짓밟혔을 때도 압록강은 흘러갔다 조선을 넘어 만주가 짓밟힐 때도 압록강은 흘러..
그리워 / 밝은 하늘 2009/6/9 엄마품이 그리워 그대가 웁니다 그대가 그리워 밤이 웁니다 밤이 그리워 비가 웁니다 뚝 뚝 뚝 비 바 람 ------ 잠자리에서 비가 옆집 양철 스레트 지붕 위로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니 잠이 달아나서 무척 고생했다. 이 글을 건진 것은 좋았는데... 다음날 아침에 꽤 힘들었..
미꾸라지 / 박노영 <우리 비워둔 그 자리에>에서 잡으면 그냥 손바닥에 올려 놓아야지 쥐면 자꾸만 빠져 나간다
내려가기 / 밝은 하늘 08/9/3 올라가는 건 쉽다 보이니까 내려가는 건 어렵다 안 보이니까 내려가다가 길을 잃었다 두 주 연속으로 장소는 다르지만 내려가가가 무섭다 길을 잃을까 두 눈을 질끈 감는다 내려감과 죽음은 이웃사촌인가 ----- 이 글도 작년 늦여름 산행 중에 느낀 소감을 적어본 것이다. 낯..
自然처럼 / 밝은하늘 08/8/25 산처럼 살게 하소서 나무처럼 살게 하소서 물처럼 살게 하소서 다람쥐처럼 살게 하소서 그러나 사람처럼 살지 않게 하소서 --------------- 작년 여름 어느날 산행을 하면서 사람처럼이 아닌 스스로 그러한 自然처럼 살자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메모해두었다. 사람처럼 산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