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똥 / 안도현 (1961-) 뒷산에 들어가 삽으로 구덩이를 팠다 한 뼘이다 쭈그리고 앉아 한 뼘 안에 똥을 누고 비밀의 문을 마개로 잠그듯 흙 한 삽을 덮었다 말 많이 하는 것보다 입 다물고 사는 게 좋겠다 그리하여 감쪽같이 똥은 사라졌다 나는 휘파람을 불며 산을 내려왔다 ─똥은 무엇하고 지내나..
******♣* 방랑자 *♣****** 강설/김인경 철 따라 피어 때되어 떠나야 할 휘날리는 갈대같은 인생무상 삶 가득한 그리움 낙옆 처럼 바람따라 정처없이 이리저리 떠도는 나는 방랑자 목이 메여 부르는 아 ~ 사랑 하고싶은 사람아 ** Kareila .안개낀 까렐리아 ** (당신을 만나서 행복 합니다) *****♤* 홀로 그러나..
사람 노래 / 김준태 (1949-)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에서 좋고 좋고 또 좋은 게 있다손 사람보다 더 좋은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장미꽃이 아름답고 백합꽃이 아름답다손 사람보다 더 기막히게 아름다운 것이 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으랴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해도 믿지 못할 게 사..
사과 / 최규장 <똥에 대한 기억> 중에서 열 받을 일이 많아서 발갛게 달아올랐네. 부끄러운 일이 너무나 많아서 발갛게 달아올랐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를 맛있게 생겼다고들 하네. 열 받고 부끄러울 일이 많으면 붉게 익어서 남 보기에 맛있어지는 걸까?
늦기 전에 / 차윤옥 <노래하는 삶>에서 내가 필요하다고 남에게 강요하고 내가 좋아한다고 남도 좋아하는 줄 착각한 적 없는가 내가 비록 좋아하는 것일지라도 나를 망치는 것은 버려야 한다 좋고 나쁨 옳고 그름 내 기준으로 평가한 적은 없는가 인식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늦기 전에 미리 미리.
詩를 평(評)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말들 1. 감상적(感傷的)이다.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걸 말하지요. 사춘기의 소녀들이 그런 것처럼 시에서 외로움, 그리움, 쓸쓸함 따위의 애상적(哀傷的) 감정을 여과 없이 흔하게 드러낼 때, ‘감상적’이라는 평을 듣게 되지요. 감정이란 시의 기본 요소이긴 하..
詩창작을 위한 일곱가지 방법-강은교 첫째 장식없는 시를 써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 시적 공간만으로 전해 지는 것, 그것이 시의 매력이다. 시를 쓸때는 기성시인의 풍을 따르지 말고 남이 하지 않는 얘기를 하라. 주위의 모든 것은 소재가 될 수 있으며 시의 자료가 되는 느낌들을 많이 가지고 있..
부패의 힘 / 나희덕 (1966-) 벌겋게 녹슬어 있는 철문을 보며 나는 안심한다 녹슬 수 있음에 대하여 냄비 속에서 금세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음식에 나는 안심한다 썩을 수 있음에 대하여 썩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덜 썩었다는 얘기도 된다 가장 지독한 부패는 썩지 않는 것 부패는 자기 한계에 대한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