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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노제 조시) / 안도현 (1961-)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무거운 권위주의 의자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끝도 없는 지역주의 고압선 철탑에서 버티다가 눈물이 되어 버티다가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편 가르고 삿대..
초혼 / 김소월 (1902-1934)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 김준태 (1949-)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한마당 에서 슬퍼하지 말라 절망하지 말라 좌절하지 말라 그리고 꿀꺽꿀꺽 먹어라 그리고 파닥파닥 살아라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강물이 흐르고 새가 날으던 아득한 옛날부터 장미꽃에 물방울이 ..
고향 / 고은 (1933-) -<새벽길> 창작과비평사 에서 이미 우리에게는 태어난 곳이 고향이 아니다 자란 곳이 고향이 아니다 산과 들 온통 달려오는 우리 역사가 고향이다 그리하여 바람 찬 날 우리가 쓰러질 곳 그곳이 고향이다 우리여 우리여 모두 다 그 고향으로 가자 어머니가 기다린다 어머니인 역..
초행길 / 김규동 (1925-) -<하나의 세상> 자유문학사- 그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옥순이 조그만 보따리에 날씬 침입자의 손이 스쳐간 것은 쑥 들어온 손을 본 이는 아무도 없으나 기차는 서울에 무사히 닿았고 옥순이는 여비를 몽땅 털렸다 교과서에서 배운 서울은 아름다운 곳이었으나 옥순의 초행..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 김소월 (1902-1934) <김소월시집>에서 하루라도 몇 번씩 내 생각은 내가 무엇하랴고 살랴는지? 모르고 살았노라, 그럴 말로 그러나 흐르는 저 냇물이 흘러가서 바다로 든댈진댄. 일로 쫓아 그러면, 이내 몸은 애쓴다고는 말부터 잊으리라.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그러..
낙엽 / 이재무 (1958-) 시를 지망하는 학생이 보내온 시 한 편이 나를 울린다 세 행짜리 짧은 시가 오늘밤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한 가지에서 나서 자라는 동안 만나지 못하더니 낙엽 되어 비로소 바닥에 한 몸으로 포개져 있다" 그렇구나 우리 지척에 살면서도 전화로만 안부 챙기고 만나지 못하다가 ..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